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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23)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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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23)푸코

입력
2002.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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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6월25일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파리 살페트리에르 병원에서 58세로 작고했다. 세상에 막 알려지기 시작한 에이즈라는 병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다.그보다 네 해 전 사르트르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올해 초 부르디외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푸코의 죽음 역시 단순히 학자의 죽음은 아니었다.

푸코는 마르크스주의를 포함해 어떤 정치적ㆍ이념적 깃발도 내세우지 않았지만, 정치적 반대자ㆍ노동자ㆍ죄수ㆍ이민자ㆍ동성애자(그 자신도 동성애자였다) 등 사회적 소수파들이 핍박 받는 곳에 늘 저항적 태도로 입회했다.

그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르트르나 그의 철학적ㆍ역사학적 미시권력 이론을 사회학의 층위에서 탐구한 부르디외가 그랬듯, 푸코 역시 단순히 직업적 학자가 아니라 지식인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죽음은 개인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죽음이라는 울림을 품고 있다.

‘감시와 처벌’이라는 책에서 그 때까지 지배적 개념이었던 피라미드 형태의 중앙집권적 권력관을 파괴한 이래 푸코는 흔히 ‘권력의 사상가’로 알려지게 됐지만, 철학에서든 정치학에서든 푸코라는 이름을 어떤 뚜렷한 이념적 틀 안에 가두기는 어렵다.

어떤 이는 그에게서 무정부주의자를 발견하고, 어떤 이는 위장된 마르크스주의자를 발견하며, 또 다른 이는 노골적인 반(反)마르크스주의자를 찾아낸다.

실제로 사르트르는 푸코의 ‘말과 사물’을 “부르주아지가 마르크스에 대항해 세울 수 있는 마지막 장벽”이라고 혹평했다.

그런가 하면 푸코는 드골주의의 선전자이자 동시에 교활한 신자유주의자라는 상반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푸코의 세계는 이렇게 온갖 해석을 허용하되 어떤 단색의 해석적 틀도 거부하는 현대적 만다라화의 세계다. 그래서 그것은 엄밀히 말해 푸코의 세계가 아니라 푸코들의 세계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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