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톤렌샵 호수 수상마을은 동남아의 대표적인 빈민촌이다. 1만여명 주민이 선실크기가 채 2평도 안되는 정크선 수백척에 기식하면서 힘겹게 생활하는 곳이다.이 곳을 찾은 것은 마침 19일 한국팀이 월드컵 축구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꺾은 직후였다. 처음 무심하던 주민들의 눈길은 한국인 일행임을 알아본 순간 돌변했다.
그때부터 마을을 떠날 때까지 내내 귓가를 맴돈 것은 “꼬레 발또왓 러너(한국 축구 최고)!”였다.
어떤 이들은 “대~한민국” 구호에 5박자 박수까지 쳐 널라게 했다. 한국인을 만난 것이 너무나 신난다는 표정의 어린 뱃사공 셍 프이(10)는 “TV가 있는 집(배)에 수십명씩 모여 한국경기를 봤다”며 서툰 영어로 연신 “꼬레 스트롱, 꼬레 스트롱(한국 강하다)”을 외쳐댔다.
대접도 달라졌다. 앙코르사원 인근 전통무용 공연장에서는 맨 앞 로열석을 평소의 미국, 유럽인들 대신 한국 관광객들에게 특별 배려했다.
종업원 챙 귀스(27)씨는 “한국은 모든 아시아인의 희망이기 때문”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보였다.
베트남, 태국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서든 한국팀의 활약이 최대 화제가 돼 있었다.
심지어 22일 낮 한국-스페인 8강전이 열린 시간 방콕시내는 눈에 띄게 교통량이 줄었고, 이튿날 신문들의 1면 톱 제목은 ‘한국 전차 계속 돌진’ ‘아시아의 염원 월드컵 4강 진입’ 등으로 뽑혔다.
한 태국인은 “TV로 경기장 스탠드의 ‘Pride of Asia’ 글자를 보았을 때 눈물이 나왔다”며 “아시아의 자부심을 보여준 한국에 정말 감사한다”고 악수를 청했다.
한국팀의 선전은 단순히 우리만의 기쁨이 아니었다. 월드컵을 통해 한국은 아시아의 진정한 희망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었다.
방콕에서 강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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