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한국팀 활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한국일보 독자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일본 신문들은 23일 일간지, 스포츠지 가릴 것 없이 1면 머릿기사로 한국의 4강 진출을 보도했다. 신문들은 거의 예외없이 ‘한국 4강, 아시아 최초, PK승으로 스페인 제압’이라는 제목에 환호하는 한국 선수들의 사진을 실었다.
일본 신문들은 특히 한국팀의 승리는 목표를 향한 매진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K리그 보다 대표팀을 단련해온 점, 체력강화에 역점을 둬온 점, 홍명보를 중심으로 조직력을 키워온 점, 히딩크 감독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용병술 등의 성공 비법을 높이 평가했다. 신문들의 호의적 보도는 축구 전문가들의 생각만이 아니라, 일본인들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내 친구는 22일 오후 도쿄 변두리의 한 스포츠 바에서 한국_스페인 8강전 경기를 TV로 관전했다. 양측이 골을 넣지 못한 채 진퇴를 거듭하자, 그 친구는 자기도 몰래 ‘대~한민국’ 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가게 안의 모든 손님들이 박수를 치며 한국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친구는 한국이 기적적으로 대업을 이루자 들뜬 목소리로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원래 축구를 좋아하긴 했으나 한국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을 다녀왔다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한국인의 친절과 축구에 대한 애정에 감동을 받아 한국 팬이 되어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는 “경기장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의 자원봉사자가 밤에 불쑥 숙소로 찾아왔다. 함께 TV로 야간경기를 보자는 것이었다. 박수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나는 한국 팀을 응원하는 팬이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일본이 한국을 응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에는 연중 내내 이탈리아나 스페인리그가 TV를 통해 방영되는 만큼, 특히 유럽 축구팬들이 많다. 이런 마니아들은 유럽의 팬들처럼 퇴장당한 이탈리아의 토티를 불쌍히 여기고,스펜인의 연장전 골을 무효화한 심판을 비난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이런 마니아들이 한국 승리를 과소평가하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많은 일본인들은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정당하게 평가하면서 부러워하고 있다. 이번에는 축구에 관심이 없던 일본인들도 한국의 투혼에 깊이 감명 받았다. 월드컵이 역사적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일 간의 정치적 문제를 단번에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한국팀의 쾌거에 대해 감동하고 함께 박수를 보낸 일련의 모습은 양국 관계가 보이지 않게 좋아지고 있다는 징조이다. 축구가 두 나라를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본 효고(兵庫)대 교수ㆍ축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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