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24일 총무회담에서 국회의장 자유투표 선출에 원칙적으로 합의,한달 이상 사실상 기능이 정지됐던 국회가 정상 가동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교착 상태가 풀린 것은 민주당의 태도 변화가 직접적 계기였다.민주당은 이날 오전 확대 원내대책회의에서 그동안 거부해 온 한나라당의 자유투표 제안을 긍정 검토키로 가닥을 잡았다.민주당의 변화는 "더 이상 버텨서 얻을 게 없다"는 계산에서 비롯했다.국회 파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원 구성에 소극적인 민주당에 상대적으로 많이 쏠리는 상황에서 마냥 원 구성을 미루다가는 8·8 재보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볼수 있다.여기에 한나라당의 유연한 협상자세도 민주당의 결단을 앞당긴 측면이 있다.한나라당은 국회의장 자유투표 선출을 수용하면 상임위 배분 협상에 융통성을 보이겠다고 공언,민주당에게 실리를 챙길 여지를 주었다.
이로써 가장 큰 걸림돌은 제거됐지만 국회가 완전히 정상화하기에는 아직 여러 고비를 넘어야 한다.우선 국회부의장 문제가 남아있다.이날 총무회담에서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에게 "의장을 배출한 정당은 부의장직을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이는 민주당과 자민련이 2명의 부의장을 나눠 갖겠다는 뜻이다.그러나 부의장직을 노리고 있는 당내 중진의원들을 의식해야 할 한나라당은 이를 선뜻 받아 들이기 어렵다.한나라당 이 총무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확답을 하지 않은 것도 이때문이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양당의 줄다리기도 쉽게 끝나지 않을 모양이다.서로 노리고 있는 상임위가 겹치기 때문이다.한나라당은 운영위 법사위 문광위 행자위 등을 반드시 맡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반면 민주당은 국회의장을 사실상 내 주게 되는 만큼 운영위를 차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 문광위 행자위 등도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맡겠다고 주장하고 있다.상임위원장 숫자 배분도 하나라당이 '10(한나라)-8(민주)-1',민주당이 '9-8-2'를 주장하고 있어 조정해야 한다.
이날 총무회담에서 부의장 선출 문제에 걸려 상임위원장 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다만 양당 총무가 각각 내부 조정을 거쳐 27일 다시 만날 예정이어서 절충·타협 전망을 낳고 있다.
최성욱기자
■의장 자유튜표 어떻게
민주당이 24일 한나라당이 제의한 국회의장 자유투표제를 수용하기로 방향을 수정, 16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선출은 의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간 사전 합의 또는 각 당 후보의 표 대결 없이 자유투표에 따라 이뤄질 전망이다.
그동안 국회의장은 ‘원만한 국회 운영’을 이유로 여당이 차지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16대 국회 전반기 때는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후보와 민주당 이만섭(李萬燮) 후보가 맞대결을 벌여 이 후보가 의장에 당선됐다.
국회의장 자유투표제가 실시되면 각 당은 공식적으로는 의장 후보를 내지 못한다. 따라서 의원들은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의장 후보 이름을 써 내는 무기명으로 투표를 하게 된다. 한나라당이 24일 의원총회를 열어 지난달 29일 박관용(朴寬用)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내정을 취소한 것도 자유투표제로 가기 위한 형식적 요건이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 의원과 민주당 후보와의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두 당 모두 표의 분산을 막고 자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후보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이만섭(李萬燮) 전국회의장과 조순형(趙舜衡)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여야 공히 실질적 자유투표가 이뤄질 경우 자유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적극적 반응을 보였다.
이와 달리 이만섭(李萬燮) 전의장은 “공정한 의사 운영에 대해 평가받을 생각도 있지만 누가 되든 제헌절 이전에 의장이 확정돼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소극적 태도에 머물렀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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