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이 다가오면 얼굴도 모르는 가족의 모습을 뵙게 됩니다.”매년 이맘때면 통일을 염원하며 38선을 따라 한반도를 횡단하는 유대지(52ㆍ경기 성남시ㆍ한국복지의료공단 근무) 이순필(52ㆍ결혼상담실 운영) 부부는 한국전쟁의 고통을 함께 갖고 있다.
유복자로 태어나 한국전쟁 때 어머니마저 잃은 유씨는 할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무남독녀 외동딸인 이씨는 한국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은 오빠가 평생을 불구로 살다 8년 전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았다.
유씨가 일하던 면사무소에 이씨가 호적등본을 떼러 갔다 인연을 맺은 이들은 한국전쟁으로 가족이 찢겨지는 상처를 함께 겪었다.
이들의 여정은 1994년 남북이 핵문제로 대립하고 있을 당시 통일전망대~백령도간 휴전선 155마일을 도보로 횡단하면서 시작됐다.
97년부터 2000년까지 매달 차를 타고 38선을 보며 달렸고, 2000년 8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위도 38도선을 따라가며 전세계에 통일의 염원을 전했다.
이들은 25일 0시부터 정오까지 강원 양양군 하광정에서 한계령을 지나 임진각에 이르기까지 38선 인접도로를 따라 48번째 평화의 전도길에 나선다.
유씨는 “38선을 따라 달리면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지고, 다시는 한국전쟁과 같은 비극이 없도록 하루빨리 통일이 되야 하겠다는 생각이 간절해 진다”고 말했다.
부인 이씨는 “전쟁으로 우리 가족이 받았던 고통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 진다”면서 “통일이 되고 모든 가족이 평화 속에서 살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박은형기자/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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