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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금업진출 사채시장 '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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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금업진출 사채시장 '무풍'

입력
2002.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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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들이 “사채를 흡수하겠다”며 대금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존 신용카드와 캐피탈업계의 소액급전대출시장을 주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업계의 현금서비스와 캐피탈업계의 대출전용카드시장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반면 일본계 대금업체 등 고금리 사채업자들은 ‘나 홀로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2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미, 신한, 씨티, 국민은행 등 소비자금융(대금업) 전담 자회사 설립을 추진중인 은행들의 상당수는 자회사가 출범하면 연리 20% 초중반의 소액급전대출 상품으로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BNP파리바와 합작형태로 소비자금융전문회사 ‘세텔렘’을 설립키로 한 신한은행의 경우 하반기중 ‘세텔렘’을 통해 캐피탈업계의 대출전용카드와 똑 같은 형태의 대출카드 상품을 출시, 본격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금리는 주요 캐피탈업계의 대출전용카드보다도 낮은 20%대 초반으로 책정한 상태. 한미은행 역시 사회에 갓 진출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를 핵심타깃으로 설정, 20% 중반의 소액급전상품을 출시키로 했으며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금리대의 소액상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사업을 개시한 뒤 연체율이나 대손충당금 비율이 올라가면 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릴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30% 미만의 상품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국내 고금리시장은 ▦은행 대금업ㆍ신용카드 현금서비스ㆍ캐피탈 대출전용카드(20%대) ▦상호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상품(40~60%) ▦일본계 대금업체 사채상품(60~90%) ▦토종 사채상품(100% 이상) 등의 계단식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연간 300조원이 넘는 금리 20%대 시장은 막대한 자금 조달력을 갖고 있는 은행권의 진출로 엄청난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신용카드나 캐피탈업체들은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대출전용카드에 대한 정부 규제로 소액대출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기존 시장의 상당부분을 은행대금업체들에 뺏길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A&O나 프로그레스 등 매년 4~5배씩 초고속으로 성장하며 국내 사채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은행 대금업계와는 워낙 금리 격차가 크고 타깃 고객층도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경쟁의 ‘무풍지대’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이 대금업에 진출하면 사채금리를 인하한다거나 사채로 갈 수밖에 없는 소비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은행 대금업체가 20% 대 상품판매에 치중한다면 정부의 ‘간접지원’(현금서비스 등에 대한 규제)으로 기존 시장만 나눠먹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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