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와 컨설팅 회사인 캡 제미니 언스트영은 최근 ‘세계 부자 보고서’를 발표했다.지난해 말 현재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재력가가 전 세계적으로 710만명 정도라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이 중 한국인은 5만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는데, 한국인이 따로 분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이들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이다. 최형호 매릴린치 인터내셔널 개인 고액투자 그룹 서울본부장은 “한국의 재력가들은 다른 나라보다 부동산 투자나 사채 고금리로 목돈을 번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부자들은 주식에, 유럽 부자들은 채권이나 예금 상품에, 한국 부자들은 부동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는 것이다.
또 한국 부자들은 은행을 일시적인 현금 보관소로 활용하는 경향이 짙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국의 부자들은 ‘졸부’이며, 아직 ‘천민 자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가.
■최 본부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모두 백만장자가 되는 가장 큰 요인은 상속이라며, 북미 지역 재력가들의 평균 연령은 55~57세, 유럽은 59~62세라고 했다. 생각보다는 고령층이다.
미국에서는 유명한 부호들이 상속세 폐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상속은 부의 세습을 가져온다는 것인데, 이번 보고서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의 부자들은 어떤 식으로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을까. 재벌 2, 3세들의 상속 증여세 불복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궁금해 진다.
■얼마 전 삼성금융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보유 금융자산이 10억원이 넘는 부자가 14만가구 가량 있고, 조만간 이 대열에 낄 수 있는 잠재 부유층이 6만가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생각보다는 많다.
10억원은 보유 부동산을 제외한 액수로, 이 정도가 되어야 이자소득만으로도 꽤 유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놀고 먹는데 필요한 액수다.
반면 한 편에서는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하루 생활비가 1달러 미만의 사람들이 3억명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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