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 기상청은 24일부터 한반도 전역이 장마전선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보했다.장마철에는 하루 평균 기온 23~24도에, 습도가 80~90% 수준이어서 각종 수인성ㆍ식인성 질병이 기승을 부리기 쉽다. 비로 눅눅해진 데다가 햇빛 쬐는 시간이 짧아 각종 세균이 증식하기 때문이다.
또 높은 습도와 큰 일교차로 인해 인체는 내분비 및 신경계의 균형이 깨지고 신진대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 류마티스관절염 등을 앓는 만성 질환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면서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식중독
고온 다습한 장마철에 가장 우려되는 질병이 바로 식중독이다. 식중독은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으로 오염된 음식을 먹거나 음식에 들어 있는 특정 물질에 의해 설사, 복통,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수해가 발생하면 수돗물 공급 중단 등 위생 상태가 불량해 배탈 설사 등 식중독 발생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장마철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세균은 포도상구균으로, 주로 조리하는 사람의 상처 부위에 번식하다가 음식물을 통해 옮겨진다. 포도상구균이 만들어내는 독소는 끓여도 없어지지 않으므로 음식물이 균에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은 다른 식중독에 비해 증상이 빨리 나타나 보통 1~6시간 내에 구토와 설사를 유발한다.
그러나 치유속도 역시 빨라 2~3일 정도면 저절로 증세가 호전된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최강원 교수는 “이 식중독에 걸렸다고 해서 항생제나 지사제를 먹으면 오히려 증상을 오래 끌 수 있으므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안정을 취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은 주로 달걀, 우유 등에 의해 발생한다. 계란 껍질에 작은 균열이 생기면 산란시 닭의 대변 내에 있던 살모넬라균이 들어가 달걀을 오염시킨다.
이런 달걀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리게 되는데, 심한 설사와 발열을 동반하기 때문에 장티푸스로 오인되기도 한다.
비브리오 식중독은 생선회, 굴, 낙지 등을 날것으로 먹었을 때 발생한다. 비브리오균은 민물과 바닷물이 합치는 곳에 많아 이런 곳에서 잡은 생선을 날로 먹으면 식중독에 걸리기 쉽다.
비브리오균은 염분 농도가 높은 음식물에서도 오랫동안 살 수 있기 때문에 젓갈을 먹고도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특히 간경변증이 있는 사람이 이 균에 감염되면 온 몸에 물집이 생기고 괴사를 일으키며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무좀 등 감염질환
장마철에는 다습해 곰팡이가 창궐하기 쉽고 비와 땀 속에 섞여 있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이나 불순물로 인해 피부가 손상될 우려도 높다.
이처럼 장마철에는 피부에 미생물이 잘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청결에 신경써야 된다. 장마철에 주의해야 할 곰팡이 질환은 무좀과 완선, 간찰진 등을 꼽을 수 있다.
무좀균은 고온 다습하고 피부가 밀폐된 조건에서 가장 잘 번식하므로 장마기간에는 신발을 두세 켤레 준비하고 번갈아 신고 젖은 신발은 충분히 말린 뒤 신어야 한다.
그렇지만 장마철에는 발가락에 땀이 덜 나므로 무좀약을 꾸준히 바르면 오히려 장마기간에 완치할 수 있다. 양쪽 사타구니에 생기는 완선은 발의 무좀균이 옮겨온 경우가 많다.
두 피부면이 맞닿은 부위에 생긴 염증성 피부염인 간찰진도 고온 다습한 환경 때문에 발생한다.
간찰진은 목의 주름 부위를 비롯해 무릎 뒤, 손가락 사이, 엉덩이, 가랑이 사이, 발가락 사이 등 피부가 맞닿는 모든 부위에서 생길 수 있으므로 뚱뚱한 사람은 피부 마찰이 잦은 접촉 부위에 파우더를 자주 뿌려 마찰을 예방하는 게 좋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양준모 교수는 “빗물과 접촉한 후 씻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빗물에 섞여 있는 각종 화학물질이 피부를 자극, 염증반응을 일으켜 붉은 반점 등 접촉성 피부염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증세가 가벼울 때는 몸을 깨끗이 씻은 후 스테로이드 호르몬 연고 등을 발라주면 증세가 호전된다.
◆알레르기 질환
장마철에는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도 악화된다. 알레르기 질환의 주된 원인인 집먼지 진드기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이런 집먼지 진드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공청소기로 집안을 청소하고 침구 옷 커튼 등은 빨래할 때 뜨거운 물에 삶아야 한다.
천식이 있다면 최소한 아침 저녁으로 한 번씩 흡입기로 기관지 확장제나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흡인하는 게 좋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으로 자주 습기를 제거함으로써 습도가 6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절염
장마철에는 기압의 변화로 관절부위에서 생성되는 통증 유발 화학물질들이 순환에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관절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실내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 관절이 뻣뻣해지며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인제대 의대 일산백병원 내과 이윤우 교수는 “관절염 증상이 악화됐을 때 통증을 덜어주는 가장 좋은 치료법은 더운 물 찜질”이라며 “아침 저녁으로 온탕에서 목욕을 하고 식후에는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고혈압
날씨가 더워지면 혈압이 약간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가 장마철에 기온이 갑자가 내려가면 혈압이 오히려 상승하며 뇌출혈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함부로 중단하지 말고 기온에 맞춰 입을 수 있도록 외출시 겉옷을 가지고 다니도록 한다.
◆우울증
습기가 높고 햇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적어지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쉽게 화를 내게 된다. 평소 우울증이 있다면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는 “일조량이 감소하면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줄어들어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면서 수면 및 진정작용을 유발해 침울한 기분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럴 때에는 집안 분위기를 바꿔 기분을 전환하도록 한다. 장마철 집안의 다습하고 냉한 기운을 없애기 위해 보일러를 가동해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식중독 예방지침
▲안전하게 가공처리된 식품을 섭취한다.
▲음식을 철저히 조리해야 한다. 육류, 달걀 등의 날 음식은 반드시 70도 이상의 온도에서 조리 후 먹는다.
▲조리한 음식은 즉시 먹어야 한다. 조리한 음식을 실온에 방치하는 시간이 길수록 위험해진다.
▲조리한 음식은 주의깊게 보관해야 한다. 먹다 남은 음식을 4시간 이상 보관할 때는 60도 이상이나 10도 이하에서 보관한다.
▲조리한 음식을 다시 먹을 때에도 반드시 70도 이상에서 가열 후 섭취한다.
▲조리한 음식과 날 음식이 함께 섞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안전하게 조리한 음식이라도 날 음식과 닿으면 오염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 닭을 요리한 칼로 도마에서 익힌 소고기를 자르는 경우다.
▲철저하게 손을 씻는다. 음식을 준비하기 전, 화장실을 다녀온 후, 생선이나 육류를 요리하고 난 후 다른 음식을 준비할 때에도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손의 상처 부위는 붕대나 반창고를 이용해 음식에 닿지 않도록 한다.
▲주방의 모든 표면은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음식이 해충이나 바퀴벌레 등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안전한 물을 사용해야 한다. 깨끗한 물인지 의심스러울 때는 반드시 끓여서 사용해야 한다.
권대익기자/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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