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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증시의 연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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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증시의 연금술

입력
2002.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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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국 대통령이 뒤늦게 회계 문제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이미 엔론이나 신흥 통신회사인 글로벌 크로싱 같은 미국 회사들이 서로 물건을 팔고 사는 식의 거래로 매출과 이익을 각각 엄청나게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 뉴욕증시가 중병을 앓고 있다.번 돈도 없이 세금만 내야 하는 데도 기업들이 이런 부풀리기를 하는 이유는 뭘까? 증시가 마술의 장이고 또한 돌로 돈을 만드는 연금술의 장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 연금술은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이라는 추상적 개념도 주식 시장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상장기업의 특권에서 시작된다. 이것을 악용하면 매출이나 이익을 뻥튀기하고 또 극단적으로는 있지도 않은 미래의 매출이나 이익을 가지고 투자자로부터 큰 돈을 받아낼 수 있다.

이들의 거짓 정보는 ‘빛의 속도’로 투자자에게 알려지고 증시는 곧바로 주가에 반영시킨다. M&A설, 신물질 발견설, 신제품 개발설, 자원 개발설 등등의 재료가 자주 이런 목적으로 투자자를 유혹하는데 동원된다.

한창 주가 조작이 유행할 당시에는 실제로 수천만원 어치 정도 팔린 ‘신제품’을 가지고 기업 가치를 수백억원 이상 올린 경우도 있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런 것을 첨단 금융기법이라며 한탕을 꿈꾸며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건을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뉴스를 조작해 수백억원을 버는 기적을 첨단 금융기법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지난 번 코스닥 열풍이 불 때 이미 수많은 벤처기업들도 본의 아니게 비슷한 경험을 했다. 물건 팔아서 돈 한푼 벌기가 얼마나 고달픈데 이렇게 쉽게 돈 벌리는 세상이 있다니? 심지어는 그럴듯한 기술이라고 포장만 하면 매출 1원당 증시가 50원에 사준다고 투자자들에게 떠들고 다닌 기업가도 있었다. 애널리스트의 상식으로는 주가가 주당 매출액의 두 배만 되어도 위험 신호였는데 언론에서는 매출 1원을 350원의 주가로 평가받는 회사들이야말로 성장회사라고 추켜세우는 분위기였다.

우리나라에서 1원 어치 물건을 팔면 얼마가 남고 그 중에서 얼마가 주주 몫인가? 이런 얘기를 그 때 흥분한 군중 앞에서 했다간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 쉬프트’를 이해 못하는 바보 정도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이제 코스닥의 버블이 거의 다 꺼져가는 단계에서 과거의 오류들을 알고 넘어가지 못한다면 역사는 그 과거를 되돌려 놓는 저주를 퍼부을지 모른다.

김정래 제일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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