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6월24일 증산교(甑山敎)의 창시자 강일순이 38세로 작고했다. 강일순은 전북 정읍 출신이다. 젊어서 동학교도가 됐으나, 갑오농민전쟁 때 봉기를 반대하고 백성을 구제하기 위한 도(道)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점(占)과 의술을 익혔다.29세 때인 1900년 고향으로 돌아와 유(儒)ㆍ불(佛)ㆍ선(仙)의 통합을 바탕으로 신화일심(神化一心)ㆍ의인상생(義仁相生)ㆍ거병해원(去病解怨)ㆍ수천선경(修天仙境)의 4대 강령을 내걸고 포교를 시작했다.
강일순은 자신의 세계관의 바탕을 동학에서처럼 후천선계개벽(後天仙界開闢)에 두었다. 그 종교적 실천은 운도공사(運度公事)ㆍ신도공사(神道公事)ㆍ인도공사(人道公事)를 아우르는 천지공사(天地公事)라는 말로 집약된다.
강일순이 전주 남서쪽 모악산(母岳山) 대원사(大願社)에서 새 종교를 열었을 때 이 가르침은 흠치교라고 불렸다. 창도자의 호 증산을 딴 증산교라는 이름은 그가 병사한 뒤 붙여진 이름이다. 그의 사후 증산교는 현란할 정도로 많은 가지를 쳐나갔다. 그래서 증산교라고 하면 강일순 생전의 흠치교만이 아니라, 거기 기원을 두고 생긴 신흥 종교 전체의 통칭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흔히 증산교로 아우러지는 교파들을 그 일부만 일별해도 강증산의 부인 고(高)씨와 제자 김형렬(金亨烈)이 창시한 태을교(太乙敎)와 그를 혁신한 미륵불교, 또다른 제자 차경석(車京錫)이 창시한 선도교(仙道敎ㆍ뒤에 보화교, 보천교로 개칭), 조철제(趙哲濟)가 세운 무극도(無極道ㆍ일명 천인교. 뒤에 태극도로 개칭), 태극도 신자였던 박한경(朴漢慶)이 세운 대순진리회(大巡眞理會) 등 수두룩하다. 차경석은 보천교 교도들로 이뤄진 기산조합(己産組合)을 바탕으로 시국(時國)이라는 국호를 내세우고 천자(天子) 등극을 꾀하기도 했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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