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의 여운의 가시지 않은 23일. 새벽까지 이어진 축하 파티에 지치고 날씨도 찌푸렸지만 시민들은 독일과의 4강전 전망 등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유쾌한 하루를 보냈다.○…이 날도 전국의 놀이공원과 유원지, 극장가 등에는 인적이 끊겨 썰렁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서울 관악산을 찾은 김범명(56ㆍ서울 서초구 양재동)씨는 “등산객이 가장 많은 철인데도 산을 오르면서 마주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사람들의 유일한 여가활동이 ‘월드컵 시청’이 된 탓”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 관계자는 “흐린 날씨를 감안해도 손님이 너무 없다”며 “장마 때문에 월드컵이 끝나도 불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도 관악산 등에는 붉은 티셔츠와 태극기를 파는 노점상까지 등장, 월드컵 열풍을 실감케 했다.
○…반면 태극전사들이 머무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주변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얼굴만이라도 한번 보고 싶어 몰려든 팬들로 하루종일 북적댔다.
‘김남일 오빠’ ‘박지성 오빠’ 등을 외치는 10대 소녀팬들로부터 70대 할머니까지 그 층도 다양했다. “히딩크 감독님의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고 싶어 친구 6명과 함께 왔다”는 김옥현(72 ㆍ경기 군포시 산본동) 할머니는 “다리가 아프지만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호텔 앞에 진을 친 축구팬들은 선수들의 모습이 창문으로 언뜻언뜻 비칠 때마다 “사랑해요” “힘내세요” 외치면서도 경찰들의 통제를 잘 따랐다.
○…25일 독일과의 역사적인 4강전의 무대가 될 서울 성산2동 월드컵경기장과 인근 월드컵공원도 하루 종일 붐볐다. 대부분은 붉은 티셔츠 차림에 태극기를 들고 나와 마치 경기가 열리는 날이라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교회 예배를 마치고 이 곳을 찾은 서울 마포구 제일교회 신도 30여명은 현장에서 독일전 승리를 기원하는 예배를 보기도 했다. 이 교회 신도 김충환(42ㆍ서울 마포구 신수동)씨는 “모든 국민이 손 모아 승리를 기원하는 만큼 반드시 요코하마 땅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철기자/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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