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선거가 끝난 후 절반 이상의 지방자치 단체장들이 교체될 운명에 있다.새로 당선된 단체장은 인수단을 구성하여 새 살림을 꾸릴 준비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퇴임할 단체장들이 임기 말에 소속 공무원에 대한 승진, 전보 등의 인사를 감행해 새로 취임할 단체장과 적지 않은 마찰을 빚고 있다.
임기 말에 처한 단체장이 무리한 인사를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신세진 사람에 대한 배려도 있을 것이고 선거과정에 관여했던 사람에 대한 보답 혹은 보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에나 바람직하지 못하다.
공무원직장협의회 등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자칫하면 직업공무원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신임 단체장과 퇴임 단체장간의 대립과 갈등이 첨예하게 되어 인수작업이 순조롭지 못한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법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퇴임 단체장의 처분에 잘못은 없다. 하지만 정치 도의적인 측면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
단체장의 교체기에 퇴임할 단체장의 역할은 그 동안 추진해 오던 일을 마무리하고 후임 단체장이 원활하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있다.
긴급한 일이 아닌 한 새로운 처분은 신임 단체장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비록 선거에서 신임 단체장과 경쟁관계에 있었다 하더라도 승자인 신임 단체장에게 축하하고 업무 인수를 도와야 하는 것이 성숙된 정치인의 도리이다.
승진 인사를 원상회복 하는 것은 뚜렷한 법적인 결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려우며, 전보의 경우에도 법령상 기간의 제한이 있어 신임 단체장이 다시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단체장의 인사권은 단체장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인적 자원의 배치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임기 말 단체장의 인사는 상당한 기간동안 신임 단체장의 발목을 잡아놓는 비신사적인 행위일 뿐만이 아니라 주민의 선택이 실현되기 어렵도록 만든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에 중앙정부에서는 국무총리 주재로 특별감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지방정부에 크고 작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중앙정부가 개입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마치 새로 가정을 꾸려 분가한 자식의 크고 작은 집안 살림에 부모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과 같다.
중앙정부에서는 임기응변적인 조치로 지방 정부의 일에 일일이 간섭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도록 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임기 만료 전 3개월은 새로운 인사를 할 수 없도록 한다든지, 지방인사에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의 방식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무원직장협의회 등에게 인사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여 인사의 합리성을 도모하는 것도 한번 시험해 봄 직한 제도이다.
중앙정부도 임기 말 인사의 횡포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김영삼 정부가 임기 말에 전면적인 인사처분을 단행하여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보다 근원적인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단체장들이 권력을 사유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방 정치의 주인인 주민의 복리를 위하는 길이 무엇이고, 주민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를 성실히 반영하려는 지역 일꾼의 역할에 충실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퇴임 단체장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지역의 주인인 주민이 제 역할을 해야 하며 지방의회가 활성화되어 내부적인 자율정화작용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구비하여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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