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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부패 끝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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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부패 끝이없다

입력
2002.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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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성 곤두박질…뉴욕증시 연일폭락부패 고리의 끝은 어디인가. 최근 미국 굴지의 대기업과 최고경영자(CEO)들이 탈세에서부터 내부자거래, 위증, 부실회계처리 등 갖가지 범죄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최근 주가폭락과 투자가들의 외면이 미 기업 경영관행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고 보고 미국 정부가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벌인 결과다.

그러나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기업들의 치부 때문에 미국 경제의 신뢰성 위기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월스트리트가 투자은행들과 분석가, 업체 사이의 ‘검은 커넥션’ 으로 만회하기 힘든 도덕적 상처를 받은 직후의 일이어서 피해는 종잡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뉴욕증시는 투자자들의 이탈로 연일 폭락, 지난해 9ㆍ11 당시 수준으로 뒷걸음질쳤고 달러화 가치 또한 연일 최저치를 경신했다.

법무부를 비롯,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은 21일 미국내 3대 의약품 체인업체인 ‘라이트 에이드(Rite Aid)’ 의 마틴 그라스 전 회장과 전 이사회 간부 수명을 대규모 회계장부 위조, 사기,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혀 월스트리트를 또 한번 충격속에 몰아넣었다.

이들이 행한 범죄행위는 아직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최악의 기업비리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세전소득에서 23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회계조작이 확인됐고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공모와 사기혐의가 적발됐다.

12일에는 유명 제약ㆍ생명공학 업체인 임클론 시스템스의 새무얼 왁살 전 최고경영자(CEO)가 증권사기 공모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전격 체포됐다. 지난해 12월 28일 항암제 ‘에르비툭스’ 에 대한 신약승인 신청이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기각되기 하루 전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흘려 회사주식을 팔아치우게 한 혐의다.

그로부터 내부정보를 건네받은 사람들과 나눈 대화내용에 대해서는 위증혐의까지 받고 있다. 앞서 기소된 데니스 코즐로우스키 타이코 인터내셔널 회장의 탈세사건,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의 SD램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램버스 고소사건, 법무부의 반도체 생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반독점위반 사건 등 금융당국이 파헤치고 있는 기업비리는 비공식적으로 내사에 들어간 업체까지 포함하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10년만에 최대규모의 무작위 세무조사라는 이번 당국의 조사에 백악관과 공화당의 의지가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엔론 사태로 대표되는 잘못된 기업 관행이 제도의 허점 때문에 더욱 증폭됐다는 민주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최근 기업의 세무비리를 근절하겠다고 이례적으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도 최근의 경제위기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기업에 대한 신뢰회복 조치의 하나로 전직 기업경영자를 비롯, 감독당국 관계자, 학계인사들이 스톡옵션의 회계처리 문제, 보수, 회계기준 등을 다룰 별도의 패널을 구성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아서 레빗 전 SEC 의장 등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패널에서의 논의 결과가 미국의 기업환경을 좌우할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황유석기자/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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