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가 22일 지방선거 참패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을 찾았다. 첫 방문지로 부산을 택한 노 후보는 김해공항에서 지지자 100여명의 환영을 받자 예정에 없던 즉석 연설에 나서 “지방선거에서는 졌지만 희망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며 건재를 과시했다.노 후보는 이어 부산ㆍ경남지역 선거운동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 선거 대책위의 조기 구성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 이는 대선은 물론, 8ㆍ8 재보선도 노 후보 중심의 대선 선대위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음을 의미한다.
그는 “당내 혼란이 장기화,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을 상황이라면 대선 선대위 체제로의 전환 주장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당내 합의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8ㆍ8 재보선 이전의 대선 선대위 구성에 난색을 표했던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대선 선대위 구성ㆍ운영에 있어 인사와 재정 면에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명실공히 노 후보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진전되면 조기 선대위 구성을 목표로 했던 친한화갑(韓和甲) 대표계 당권파의 당직 사퇴 및 당무 거부 사태도 자연스럽게 풀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선대위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당직사퇴 의사 등을 밝힌 김원길(金元吉) 사무총장, 박병윤(朴炳潤) 정책위의장, 정범구(鄭範九) 대변인 등을 적절히 재배치하거나 교체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 후보의 발목을 잡았던 결정적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일부 비주류 최고위원은 당직사퇴 파동을 일으킨 당권파를 혼내 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노 후보는 비주류 끌어안기 뿐만 아니라 선대위원장을 임명하는 문제에서도 벽에 부닥쳐 있다.
부산=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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