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더 큰 꿈이 실현됐다. 끝까지 싸워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얼굴은 잔뜩 상기돼 있었다.
22일 강호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꺾고 한국을 4강에 올려놓은 그는 들뜬 목소리로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샴페인 한잔으로 이 기쁨을 자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경기일수록 투혼을 불태우는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에 나도 놀란다.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다”며 선수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98년 프랑스월드컵서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았던 그는 이날 한국의 4강 진출로 월드컵 2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움으로써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이날 경기는 50대 50의 대등한 경기”라고 운을 뗀 그는 “경기의 긴장감이 대단했다. 월드컵 역사에 남을 고전적인 경기”라고 평가했다.
전반 한국의 부진에 대해 “스페인보다 이틀을 덜 쉬어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한 그는 “스페인 선수들의 경험이 풍부해 한때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기기도 했지만 한국 선수들의 투지는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은 매우 빠른 공격을 펼쳤지만 득점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다”며 위로했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독일과의 준결승전에 대한 전망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휴식시간이 이틀밖에 없고 독일보다 하루 덜 쉬게 돼 여전히 부담스럽다”며 최태욱, 차두리 등 젊은 선수들의 선발 출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독일의 순도 높은 골결정력을 경계한 그는 “우리는 잃을 것이 없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경기에 나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결승 진출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월드컵 이후에도 한국 대표팀을 이끌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한일월드컵을 끝으로 감독계약이 만료된다”고 답한 뒤 “폴란드와의 첫 경기 승리에 도취됐다면 내 임기는 진작에 끝났을 것”이라고 익살을 떨었다.
/광주=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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