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분 내내 긴장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승부차기를 준비하는 동안 오히려 웃었다. 그리고 골키퍼 이운재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가장 나이도 많고,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기에 첫 키키의 부담을 떠안은 황선홍은 오른발로 골문 오른쪽을 향해 슛을 쐈다.
방향을 알아챈 스페인의 카시야스가 볼을 막았다.아찔한 순간, 그러나 볼은 그의 옆구리를 빠져 골문으로 흘러 들어갔다. 강하게 차지 않았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침착하고 겁이 없어 두번째 키커로 낙점된 신세대 박지성에 이어 이탈리아전에서 동점골로 슛에 자신이 붙은 설기현이 골네트를 흔들었다. 아일랜드와의 승부차기에서 두 골을 막아냈고, ‘1:1에서 절대로 지지 않는다’는 카시야스를 완벽히 속였다.
4번째 안정환이 나오자 4,700만 국민은 조마조마해 했다. 아예 눈을 감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스타는 두 번 실수하지 않는 법. 이탈리아전의 페널티킥 실축 악몽을 걷어내기라도 하듯 강슛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노련한 스페인도 만만찮았다. 이에로, 바라하, 사비가 연속 골을 성공시키며 또 한번의 승부차기승을 거머쥐려 했다.
그러나 나중에 차는 팀의 부담은 4번째 키커에 와서야 증명됐다. 경기 중 스페인 선수로는 가장 득점찬스를 많이 만들었던 호아퀸의 슛은 힘도 없었고, 방향도 예리하지 못했다. 이운재가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4강 ‘신화’를 위한 마지막 한 골의 주역은 노련한 주장 홍명보였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맹수의 눈으로 골문을 노려보며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날렸다. 거함 스페인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광주=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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