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대중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성명 발표를 지켜본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고 허탈하다. 대통령 아들의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검찰 수사? 구속 수감 ? 대통령 사과성명 발표라는 5년 전의 도식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재현됐기 때문이다.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불찰이 안타깝기만 하다. 국민의 시선이 월드컵에 쏠려있는 사이 예고 없는 성명이어서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
김 대통령은 성명에서 “고개를 들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중요한 권력형 비리의 재발 방지책과 친인척들의 국정개입 청산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설립 목적과는 달리 각종 이권과 청탁의 기지가 됐던 아태재단의 존폐 여부도 밝히지 않았다.
진실성과 구체적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는 사과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사과에 이은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대국민 사과는 요식행위나 통과 의례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과의 계기가 된 대통령 아들 비리와 아들 친구의 검찰농단도 놀랍다. 검찰 기강이 어떻게 됐기에 대통령 아들 친구가 돈을 받고 3건의 검찰 수사를 무마시켰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다.
검찰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급기야 권력형 로비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검찰의 현실과 위상이 너무 딱하다.
검찰이 축소 수사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니 그 결과를 주목하고자 한다. 검찰은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 수사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청탁을 받은 검찰 고위간부와 수사라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