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끝나지 않았다. 가자 요코하마로….’태극전사들이 ‘무적함대’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격침시킨 22일. 4,700만 한민족은 주체할 수 없는 환희와 열광에 휩싸여 밤새 덩실덩실 춤을 추고 또 추었다. ‘건국 이후 이런 쾌거가 있었던가.’ 600만 길거리응원단을 필두로 한 4,700만 국민들의 “대~한민국” 붉은 함성이 지축을 뒤흔들었고,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른 채 모두 축배를 들고 거리를 누비며 ‘4강 축제’에 흠뻑 빠져들었다.
▼밤새 ‘4강 축제’ 또 ‘축제’
홍명보 선수의 승부차기가 골 네트를 가르는 순간, 붉은 물결은 한반도를 아예 삼켜 버렸다. 곳곳에서 축포와 폭죽이 터지는 가운데 차량들의 오박자 경적이 거리를 갈랐고 호프집과 주점에서는 새벽녁까지 ‘4강 파티’가 벌어졌다.
서울시청앞 광장과 대학로 강남대로 등에서는 수십만 길거리 응원 인파의 ‘광란’의 뒷풀이 축하무대가 하염없이 이어졌다. 한데 어울려 펄쩍펄쩍 뛰거나 앞 사람의 어깨를 잡고 기차놀이를 하며 표현할 길 없는 기쁨을 만끽했다. 새벽부터 서울시청 앞에 나왔다는 최인수(崔仁秀ㆍ34)씨는 “한민족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엄청난 쾌거”라며 “대혈투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기가 끝나자 아파트가 흔들릴 정도로 모두 펄쩍 펄쩍 뛰었고, 이내 유치원생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밖으로 뛰쳐나와 아파트 앞 마당은 즉석 축하 파티장으로 돌변, 밤새껏 들썩였다.
태극전사들에게 힘과 기(氣)를 쏘아 보낸 길거리 응원단이 모인 장소만도 310여개소. 서울 시청앞과 광화문 각 80만명, 여의도 LG무대 40만명, 상암동 평화의 공원 13만명 등 서울 240만명을 비롯, 부산 33만명, 인천 15만명, 경기 45만명 등 전국이 온통 붉은 해일에 휘감겼다.
피 말리는 접전에 땡볕까지 겹쳐 서울시청앞 등에서는 20여명이 실신하고 100여명이 탈진, 응급조치를 받았다.
▼민주성지 광주는 ‘해방구’로
승부차기가 골 네트에 꽂히는 순간, 광주는 ‘4강 해방구’로 변했다. 광주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3,000여 응원단은 전국에서 울려퍼지는 “대~한민국”이 무등산에 메아리치자 “이제는 전차군단(독일)”이라고 함성으로 화답하며 ‘4강 축제’를 시작했다. 붉은 악마의 ‘Pride of Asia’(아시아의 자존심) 카드섹션은 그칠줄 모르고 관중석을 넘실댔다.
김종구기자
sori@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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