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최대 원ㆍ내외 지구당위원장 모임인 중도개혁포럼(중개포)이 지방선거 참패 후 당 수습 방안을 놓고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에 대한 입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향후 진로설정에 있어서 미묘한 분화와 갈등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20일 의원 27명을 포함, 47명이 참석한 전체회의가 끝난 뒤 친(親) 이인제계 반노(反盧) 세력의 핵심인 박병석(朴炳錫) 의원이 “다수가 노 후보와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고 발표한 것도 내부 혼선의 결과다.
이 발표로 중개포가 반노 세력의 집결지인 것처럼 비치자 회장인 정균환(鄭均桓) 총무최고위원은 21일 “일단 사퇴하고 재신임을 받았어야 했다는 절차상의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발표 내용을 수정했다. 그는 이어 “내가 당 분열을 막기위해 재신임했다고 설명하자 참석자들이 공감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처럼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은 중개포가 116명의 원ㆍ내외 위원장이 참여한 거대 조직으로 지난해 9월 출범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당시 중개포는 당의 중도개혁적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특정 계파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인사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당내 세력을 망라했다.
모임을 주도한 정균환 총무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김심(金心) 작용설까지 나왔다. 또 당시 중개포에 참여했던 중도세력 가운데 이인제(李仁濟) 전 상임고문이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중개포가 친 이인제 세력으로 비쳤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개포의 기본세력은 정권재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기 때문에 노풍(盧風) 이후 내부의 지지성향 판도는 상당히 바뀌었고 친 이인제 성향의 의원들이 소수가 됐다고 보는 관측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20일의 혼선이 빚어진 것은 친 이인제계인 박병석 의원이 발표를 맡았던 탓도 있고 중개포 내 반노 세력이 중개포를 비주류의 근거지로 삼으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균환 회장은 “중개포가 당의 중심인데 비주류 집결지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다만 토론의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중개포는 당내 논의의 용광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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