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정상회담에 참석 중인 유럽 정상들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21, 22일 열리는 월드컵 8강전과 회담 일정이 겹치기 때문이다.첫 날 정상회담은 현지 시간으로 오전 11시 30분에 열렸다. 8강 첫 경기인 잉글랜드-브라질 전이 일본 시즈오카(靜岡) 경기장에서 ‘킥 오프’하고 3시간 뒤이다. 축구를 보기 위해 일정까지 조정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원하던 대로 이날 잉글랜드 전을 시청했다.
하지만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운이 없었다. 두 번째 8강전인 독일-미국 경기가 정상회담 1차 회의 끝나기 30분 전에 시작한 데다 회의 직후 슈뢰더 총리는 일정에 따라 각국 정상들과 점심을 들며 외교 현안을 논의해야 했기 때문이다.
22일 8강전을 갖는 스페인과 터키 정상 역시 자국 팀의 경기를 온전히 보기는 힘든 형편이다.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는 한국-스페인 경기 전반전 종료 직후 EU 제도 개혁 회의를 주재해야 하고, 터키의 뷜렌트 에체비트 총리도 자국 팀이 세네갈과 4강 티켓 싸움을 펼치는 동안 EU 가입국과 가입 후보국 정상의 식사에 참석키로 돼 있다.
하지만 최근 건강이 나빠져 병원 신세를 진 에체비트 총리는 주치의에게서 “일 하지 말고 축구나 보라”는 충고를 듣고 있어 아예 이번 회담에 불참할 가능성도 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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