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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脫北마찰 근본 해결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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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脫北마찰 근본 해결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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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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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마찰을 겪는 국가들은 때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보다 단순히 봉합하려 한다.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절충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마찰이 국가간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봉합은 늘 손쉬운 선택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봉합은 어느 일방의 이익도 충분히 만족시켜 주지 못하기에,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 갈등이 재연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

탈북자 문제로 인해 초래된 마찰과 관련한 해법을 찾고 있는 한국과 중국은 이러한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중 양국은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진입하려던 탈북자의 연행을 둘러싸고 초래된 외교적 마찰과 관련해 연행된 탈북자를 포함해 현재 23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성사시키는 선에서 절충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해결책은 일견 양국 모두에게 매력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20명의 탈북자를 영사부 내에 수용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들의 한국행 실현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중국 또한 이번 사태로 초래된 국제적 비난과 외교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양국이 이러한 선에서 사태를 처리하고 넘어갈 경우 그것은 갈등의 해소가 아니라 일시적인 봉합에 불과할 것이다. 양국의 보다 중요한 관심사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심은 공관 진입 및 외교관 폭행과 관련하여 중국측의 분명한 사과를 받아내는 동시에 이번 탈북자 처리를 향후 발생할 유사 사건의 선례로 규정하는 데 있다.

반면 중국은 23명의 탈북자 처리문제 보다 향후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19일 중국 외교부장이 우리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나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성을 강조한 사실이 그 단적인 증거다.

양국이 이처럼 서로 상충되는 관심사들을 내버려 둔 채 사태를 봉합하려 든다면 향후 양국간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것이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한중 양국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한중 양국이 이번 사태에 대한 인식상의 일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관심사를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엄격히 말해 이번 사태는 양국의 서로 다른 이익이 갈등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탈북자 행렬이 급증하자 그 동안 ‘조용한 외교’를 통한 해결을 추진해 온 우리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대처로 입장을 선회했고, 이러한 변화에 대해 중국은 공개적으로 탈북자들을 인도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양국간에 긴장이 조성되었다.

사실 이번 사태는 우발적이기보다 사전에 그 조짐이 이미 감지되었다고 해야 옳다.

이번 사태는 또 양국이 수교 10년이 다 되도록 이익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효과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동아시아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는 한국이나 ‘책임 있는 강대국’의 이미지를 심으려는 중국 모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한중 관계를 경제적 이익의 추구를 중심으로 하는 관계에서 보다 포괄적인 관계로 한 걸음 더 발전시킨다’는 2000년 양국의 선언을 현실화 시킬 필요성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

양국은 이러한 필요성에 부응하기 위해 서로의 관심사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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