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과 국민 모두에게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드린다. 포르투갈을 누른데다 이탈리아까지 제압한 것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쾌거였다.아시아축구가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와 비교해 할 때 상당히 뒤처져 있고 극복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나의 의견은 한국의 대약진으로 설 땅이 없어졌다.
한국은 유럽과 남미의 정상급 팀과 맞붙어 대등한 플레이를 펼쳤을 뿐 아니라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아시아축구의 장래에 큰 희망과 용기를 준 값진 승리였다.
한국과 함께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한 일본은 1회전에서 터키에 무릎을 꿇었다. 터키는 빼어난 실력을 갖춘 팀이었지만 우승을 다툴 정도로 강한 팀은 아니었다.
일본은 이런 터키에 전반에 점수를 내준 뒤 득점을 시도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강력한 우승후보 이탈리아에 선취점을 내줬음에도 굴복하지 않고 역전에 성공한 한국과 대조가 된다.
한국과 일본이 명암을 달리 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민족적 성격과 감독의 용병술 측면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일본은 터키 전에서 브라질 귀화선수 산토스를 전격적으로 선발 투입했다. 트루시에 감독이 본선 리그전에서 그런대로 잘 뛰었던 포워드 스즈키와 야나기사와의 컨디션과는 무관하게 산토스를 투입한 이유가 뭘까.
우선 트루시에 감독은 일본인선수 2명은 터키의 완강한 수비를 뚫기 위해 필요한 스피드와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동아시아에는 강하면서도 유연한 근육을 갖고 있는 선수가 아주 드물다. 때문에 트루시에 감독은 뛰어난 개인기와 순발력을 보유한 산토스를 승부수로 던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은 실패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전반이 끝난 후 산토스를 빼고 다른 선수를 투입했으나 이미 늦었다.
한국선수들은 특유의 강한 승부근성을 발휘하면서도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았다. 숱한 위기상황을 극복한 뒤 경기종료 2분전에 동점골을 만들고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른 것은 투지와 기술의 절묘한 합작품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축구에 새로운 경쟁풍토를 심어 탄력을 주면서도 전통적인 특징을 살리려 노력한 것이 분명했다. 물론 이는 결과를 기초로 얻은 추론일 수 있다.
트루시에 감독이 히딩크 감독보다 지도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가 일본 팀의 16강 진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아시아축구의 발전방향을 생각할 때 민족마다 체질에 맞는 스타일과 지도방법이 필요하다는 느낌이다. 한국의 쾌거는 민족적 성격에 맞는 축구를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일본 효고(兵庫)대 교수·축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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