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제목을 확정하고 홍보까지 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니까 ‘인어’를 쓰는 건 우리가 제격이다. 저쪽에서 방송을 먼저 시작해서 찜찜하기는 하지만 원래 우리의 기획의도에 맞는 제목이므로 밀어부치겠다”(KBS 이건준 PD)“유사상표니까 헷갈릴 우려가 있다고는 하나 우리도 2001년12월 기획단계부터 원래 가제로 염두에 두고 있던 제목이다. 적절한 제목을 찾다가 늦게 확정했을 뿐이므로 누가 먼저인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MBC 이주환 PD)
‘인어아가씨’와 ‘인어공주’의 출현으로 방송사간 드라마 제목을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하다.
‘인어아가씨’(극본 임성한, 연출 이주환)는 MBC TV가 24일부터 방송하는 일일드라마.
더위를 겨냥해 제주도를 배경으로 해녀의 딸과 재벌 2세의 사랑을 내용으로 하는 ‘인어공주’(극본 김종현ㆍ신혜진, 연출 이건준)를 7월 29일부터 방송할 예정이던 KBS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드라마가 선보이는 시기가 늦기 때문에 닮은 제목이 핸디캡이 된다는 것도 인정하면서도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프로 3월 기획때부터 확정한 제목이므로 그대로 고수하기로 했다.
MBC 이주환 PD는 아예 “제목 조어에 관한 한 우리가 한 수 위다. ‘인어아가씨’는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복수하는 여주인공의 비극성을 암시하기 위해 인어공주에서 ‘인어’를 따온 상징적 조어”라고 주장했다.
임성한 작가의 전작 ‘온달왕자들’에서 알 수 있듯이 임 작가가 이 같은 조어방식을 즐겨 사용한다는 것도 논리 중 하나.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제목이 몇번씩 바뀌는 일은 다반사다. 상식에서라면 이번 경우야말로 다른 제목을 고려해야할 때지만 양방송사는 뜻밖에도 고집을 부렸다. 그 탓에 괜히 시청자들만 헷갈리게 됐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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