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불법이민 문제를 다루기 위한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이틀간의 일정으로 21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개막됐으나 여러 쟁점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EU 순번 의장국인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 등 정상들은 최근 각국의 극우파 부상에 자극을 받아 이번 회담에서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골자로 하는 망명 및 난민지위 신청자 권리에 관한 공동 정책을 채택할 예정이다.
정상들이 검토중인 대책은 불법 이민자 및 인신매매 단속 강화, 불법 이민자 출신국과의 협력, 역내 국경 통제 강화, 망명 및 난민 지위 신청자에 대한 권리 등이다.
EU 중에서도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이 특히 불법이민 단속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EU 내에서도 일부 반발이 있고, 유엔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합의 도출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EU의 불법이민 단속 강화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메리 로빈슨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최근 유럽 각국에 대한 망명이나 난민 지위 신청자 수가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면서 “불법 이민에 대한 유럽의 분위기는 이 같은 사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1ㆍ4분기 동안 EU 15개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은 8만 7,014명으로 지난해 4ㆍ4분기의 9만3,737명에 비해 7% 정도 감소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이민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면서 “난민을 수용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U가 검토중인 대책 가운데 가장 논란이 심한 것은 EU에 협조하지 않는 불법이민자 출신국에 대해 경제 원조를 삭감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EU내에서도 반발이 심하자 영국 등은 원조삭감 대신 불법이민을 단속하는 국가에만 신규 원조나 장려금을 제공하겠다고 수정 제안했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프랑스와 스웨덴, 룩셈부르크 등은 이 같은 대책이 빈곤국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어 유럽으로의 이민자가 늘어나는 등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불법이민 단속과 출신국에 대한 원조를 연계하는 것과 지원과 지중해 연안까지 순찰을 강화하기 위한 ‘범 유럽 국경순찰대 창설’ 문제 등에 관해서는 논의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루드 루버스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국경을 통제하고 비협조국을 제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라면서 불법 이민 단속과 함께 합법 이민에 대한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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