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8강전을 치르는 한국과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이 거스 히딩크 감독의 제자들이다.박지성(21ㆍ 교토) 송종국(23ㆍ부산) 김남일(25ㆍ전남) 등이 자신의 축구인생을 만개 시킨 새로운 제자들이라면 지금 스페인 대표팀에는 사랑하는 옛 제자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히딩크 감독이 지금까지 맡았던 유럽의 구단 7개중 3개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구단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대표팀을 맡기 전 스페인의 발렌시아(1991년5월~93년) 레알 마드리드(98년5월~99년) 레알 베티스(2000년)의 사령탑을 맡았다.
이 중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 대표팀의 미드필더 가이스카 멘디에타(28ㆍ이탈리아 라치오)에게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다. 멘디에타는 히딩크 감독의 발렌시아시절 팀을 챔피언스리그에 2년 연속 결승에 올린 주전 중앙공격수였다.
수비수로 선수생활을 했던 멘디에타는 히딩크 감독에 의해 조련된 대표적인 멀티플레이어였다. 오른쪽 날개,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다.
한국과의 8강 맞대결이 결정되자 멘디에타는 무명 시절 자신을 발탁해준 히딩크 감독에 대해 “결코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정신을 지닌 분”이라며 경외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노장 수비수 페르란도 이에로(34ㆍ레알 마드리드) 역시 히딩크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 시절의 제자.
라울과 투톱을 이루는 공격수 페르난도 모리엔테스(26ㆍ레알 마드리드)도 히딩크 감독과 사제의 연을 맺었고,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서 신들린 듯한 선방을 보여준 신예 골키퍼 페르난데스 카시야스(21ㆍ레알 마드리드) 역시 레알마드리드 시절 히딩크 감독의 조련을 받아 성장한 스타이다.
히딩크 감독의 옛 제자들은 반드시 한국을 이기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자신들을 잘 알고 있는 히딩크 감독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면 지난 포르투갈전서 경기후 피구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위로를 해주었던 히딩크 감독 역시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 사사로운 정을 경기 뒤로 미루는 승부사 히딩크 감독은 한국대표팀이 옛 제자들을 이기고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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