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다’는 세간의 평을 뒤집어보려는 시도는 선한 눈매를 보는 순간 꺾여버린다. 오히려 더 믿게 만들어버린다. 고수(24)의 매력이다.‘피아노’에서 고수는 한 인간의 착한 면모만 표현한 게 아니었다. 이복누나 수아와 안타까운 사랑, 자식에 대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붓는 아버지에 대한 연민까지도 거뜬하게 소화해냈다.
7월3일부터 방영할 SBS 수목드라마 ‘순수의 시대’(극본 이정선, 연출 김종혁)에서 고수는 더욱 내면이 깊어질 것 같다.
‘친구의 여자친구를 사랑했다’는 단순한 도식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매력덩어리죠.” 고수는 자신이 맡은 태석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16부작 중 지금까지 받아든 대본은 3회분. 때문에 “태석의 전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엄마의 불륜과 부모의 이혼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에 반항적이고 거친 고교시절을 보내지만, 그건 사춘기 한때”라면서 “7년이 지나 어른이 된 태석은 듬직하죠. 사랑을 믿지 못하지만, 멋진 사랑을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태석은 고교시절 절친한 친구와 동시에 한 여자 지윤(김민희)을 좋아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친구가 사고로 목숨을 잃자 사랑을 포기하지만, 7년 후 다른 친구의 연인이 된 지윤을 다시 만나는 인물.
“부드럽고 상대를 감싸준다는 점에서 ‘피아노’의 재수와 비슷하지만 태석은 상처가 훨씬 깊다.”
‘피아노’ 종영 후 5개월 동안 “쉴 만큼 많이 쉬었다”고 한다. 여행 운동 TV보기로 시간을 보냈다.
해외여행은 가고 싶었지만 “9ㆍ11테러와 중국민항기 부산 추락사건 등으로 비행기 타기가 무서워졌고, 과소비도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참았다”고 설명하는 모습이 진지하고 소박하다.
연기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고수는 “‘피아노’를 끝냈을 때 나도 뭔가를 해냈다는 기분이 들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할 때는 집에 방음벽까지 설치하며 발성연습을 했다. 원래는 홈씨어터를 갖추려고 설치한 방음벽인데 지금도 발성연습을 하는데 쓰고 있다.
7일 통영 로케이션으로 시작한 촬영이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경기도 제대로 보기 힘들 정도.
“포르투갈전은 아예 보지도 못했고, 이탈리아전때는 거리로 나가 응원하고 싶어도 다음날 아침 일찍 촬영이 있어서 참아야 했다”고 한다. 21일 강릉으로 촬영을 떠났으니 스페인과의 8강전도 장담하기 어렵다.
20일 불평 한마디 없이 고수는 내리 10시간을 촬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믿음이 가는 연기자가 될 것 같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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