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은 늘 당대의 삶과 꿈에 관여하는 것이다. 우리 옛 그림이 오늘날 여전히 감동을 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한국화가 박영대(朴永大ㆍ41)씨가 선사시대 암각화부터 조선말기 민화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옛 그림을 소개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그림 백가지’(현암사 발행)를 냈다.
박씨는 책에서 신명 고결 여운 해학 느림 곧음 중후 단아 생동 운치 질박 등 옛 그림이 추구해온 미학의 특질을 한 단어로 표현한 94개의 주제마다 직접 고른 한국화 180점을 소개하고 있다.
박씨는 전공인 한국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선배들이 그린 작품을 먼저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옛그림을 보다가 그 정취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10년 전부터는 중앙박물관 호암미술관 간송미술관 등을 제집 드나들 듯 찾아가 좋은 우리 그림을 감상해 왔다.
그림 앞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틈틈이 기록해둔 것이 이 책의 바탕이 됐다.
한국 화단의 대표적 화가인 천경자, 장욱진씨의 글에 매료됐다는 박씨는 “나도 낮에는 그리고 밤에는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박씨가 우리 옛 그림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기로 결심한 것도 화가의 눈으로 옛 그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그가 화가로서 추구하는 것도 ‘단아하고 맑은 이미지의 한국적 정서’. 그는 이 같은 정신에 따라 옛 그림을 고르고 옛 글에서 찾은 시, 산문을 곁들였다.
그는 “옛 그림 속에 남아 있는 선조들의 삶은 분명히 너그럽고 여유 있고 격조가 있는 것이었다”고 전한다.
“가령 17세기 김명국의 ‘탐매도’에는 모진 추위에 맞서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를 찾아 설산(雪山)에 들어간 선비가 나오는데, 그런 행동은 매화를 봄으로써 의연하게 살겠다는 의지를 다잡아 보거나 그런 정신을 지녔던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씨는 영화 ‘취화선’의 주인공인 오원 장승업을 “대상이 가진 명료한 기질과 물성을 생동감 있게 읽어낸 거장”이라고 일컫는다.
또 김명국의 ‘달마도’와 윤두서의 ‘자화상’을 비교하면서 전자는 최소한의 붓질로 대상의 본질을 잡아내는 ‘감필법’(減筆法)의 전형으로, 후자는 치밀한 관찰과 묘사력으로 이른바 ‘혼’을 그려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책에는 강희안 이상좌 정선 심사정 강세황 김홍도 신윤복 최북 김정희 등의 작품이 당시 시대 상황과 함께 소개돼 있다.
박씨는 김홍도의 그림 ‘단원도’에 매료돼 그림에 있는 벽오동을 경기 안성에 있는 집 뜰에 심었을 정도로 옛 그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는 “서양그림은 시대별, 사조별로 꿰고 있으면서도 정작 옛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적다”고 아쉬워했다.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 중앙대 건국대 등에서 한국화를 가르치고 있는 박씨는 1997년 한국일보 청년작가초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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