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화엄경).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적을 두려워하는 자가 어찌 승리를 바랄 수 있으랴. 마음이 무너진 자에게는 강한 힘도 뛰어난 전술도 무용지물이다.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가 그랬다. 그들은 싸우기도 전에 한국을 ‘피하고 싶은 상대’라고 했다.히딩크는 이미 4년 전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 바 있다. 네덜란드 감독인 그는 연습장을 비워줘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일부러 한국선수들 앞에서 20분 동안 슛 연습을 시켰다. 네덜란드 선수들의 강슛 앞에 주눅이 든 한국선수들. 0_5의 패배는 이미 그때 결정됐다.
히딩크 감독은 14일 포르투갈을 무너뜨린 뒤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발톱을 세웠다. 그의 말은 지금까지의 승리에 만족하려는, 골리앗과의 싸움을 앞두고 두려움을 느끼는 다윗(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히딩크는 ‘전쟁에 임하면 반드시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는 손자병법을 꿰뚫고 있었다. 단지 이렇게 바꿔 얘기했을 뿐이다. ‘반드시 이긴다는 잔인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킬러의 본능이 필요하다.’
포르투갈을 맞아 16강 상생(相生)의 전략을 쓸 수도 있었지만 가센 공격으로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들어 ‘잔인한 마음가짐’으로 적을 몰아쳐 승리를 따냈다. ‘혼란시켜 놓고 빼앗는다’는 손자병법과 무엇이 다른가.
히딩크 감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도 병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기회가 왔을 때 사력을 다해 창을 휘두를 힘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무릇 전쟁이란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는 지친 병사들(이탈리아와의 연장전)의 얼굴을 하나하나 쓰다듬어주고 승리의 영광은 늘 ‘23명, 벤치에 앉아있는 모두’ ‘국민과 선수들’에게 돌린다. ‘포지션은 11개지만 선수는 11명이 아니다’라며 경쟁을 통해 끝없이 선수들을 자극하고 그들의 땀을 존중했다.
그는 8강전을 앞두고 ‘스페인은 내 마음에 있다’고 했다. 과거 명문 레알 마드리드팀을 이끈 경험, 선수들을 가르친 일을 언급하며 지피(知皮)를 강조했다.
스페인 카마초 감독과 선수들도 이를 인정한다. 자신들을 잘 알고 있는 적에 대한 원인 모를 불안감이 그들의 영혼을 잠식할 것이다. 싸움은 이미 기울어진지도 모른다. 불패의 한국신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신의 ‘기적’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과 몸으로 만들어내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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