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계기로 스포츠의 의미와 문제점을 성찰하는 특집을 마련한 계간지가 잇따라 나와 관심을 모은다.최근 나온 계간지 ‘사상’과 ‘철학과현실’은 각각 ‘스포츠와 사회’‘스포츠 철학’이란 특집을 통해 온 국민을 열광케 하는 스포츠의 본질과 인문사회학적 의미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원기 한국청소년 개발원 부연구위원(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은 ‘사상’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길거리 응원 열기의 진원지인 붉은 악마 응원문화가 지닌 사회문화적 함의를 다룬 글을 실었다.
최 박사는 붉은 악마의 독특한 특징으로 자생적이고 자발적으로 생겨났지만 대단히 조직적이고 전국적 규모를 가진다는 점, 가상공동체 성격을 지니면서 민주적 운영체계를 갖춘 점, 재정적 독립성, 비폭력적 응원문화 등을 꼽는다.
이같은 붉은 악마의 특성은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급격한 문화변동을 겪은 과정과 무관하지 않으며 자생적인 대안 모델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예컨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혼재하고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탈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붉은 악마 응원문화는 개인과 집단의 조화를 위한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했고, 온라인 동호회가 현실과 접맥됐을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대중문화에서 한류열풍이 불고 한국의 게임시장이 전세계 게임의 중요한 시장이 된 것처럼 스포츠에서도 기존의 훌리건과 대조되는 새로운 응원문화가 나온 것은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 현상이 다양한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붉은 악마 응원문화에서 신문화운동의 가능성을 감지하고 있다.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철학과 현실’에 실은 글을 통해 운동선수들보다 관중들이 만들어내는 ‘정서적 연대’에 주목한다.
김 교수는 “축구 경기장의 관중들은 그라운드에서 공을 주고받는 선수들 못지않게 감정을 주고 받고, 또한 정서를 전달하고 이어주는 정서적 연대를 연출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정서적 연대는 스포츠를 악용해온 권력과 자본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잠재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스포츠는 정부가 독점하는 권력자원이나 일반대중의 소비문화로서 기능하고 있다”며 “엘리트체육이 아닌 생활체육, 관 위주가 아닌 민간 주도의 체육구조를 갖도록 ‘시민적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밖에도 ‘문학과사회’가 ‘열광의 배후-스포츠의 사회학’, ‘당대비평’이 ‘월드컵에의 열광-동원의 공학과 자발적 참여 사이에서’란 주제로 스포츠의 의미를 되짚고 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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