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심판의 불공정 판정을 문제삼으며 한국전 패배에 불복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세계 언론들이 이탈리아팀의 패인은 다름 아닌 이탈리아팀에 있다고 비판했다.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20일 “이탈리아가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축구 강호의 면모를 보이지 못한 것이 진정한 패인”이라며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강호로서의 면모를 상실한 배경에는 이기고야 말겠다는 정신력과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투지의 부족, 선수간 경쟁심, 선수 노령화, 감독의 전략 미숙 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르몽드는 특히 “오프사이드, 페널티킥, 퇴장 등 더러 가혹한 판정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것만이 패배의 원인은 아니었다”며 “이탈리아는 20년 전인 1982년 독일을 꺾고 월드컵 우승을 따낸 이후 지금까지 국제경기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으며 이는 월드컵 3회 우승팀으로서는 재난에 가까운 성적”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탈리아 팀의 귀국 소식을 전하면서 “18일 한ㆍ이 전 심판 판정은 여러 가지 얘기를 낳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엄청난 연봉을 받는 스타군단이 왜 오프사이드 판정에 그토록 집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빠져들었는지 되새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이탈리아가 한 점을 먼저 얻은 뒤 달아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강호다운 플레이를 보였다면 로마 사람들은 모레노 주심의 이름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탈리아의 패배를 새로운 한국 축구의 강점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국팀의 승리는 세네갈, 미국팀처럼 현대 축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낡은 정신의 쇄신을 이룩한 정신적 힘”이라며 “한국은 이탈리아가 우세하다고 하는 모든 측면에 도전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한국 선수들은 정직하고 용감한 진짜 축구를 계속했고 그 보답은 당연히 승리였다”며 “한국팀은 게임의 요체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했다. 그것은 냉소적인 방어나 어려운 순간마다 심리적으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계속하는 것이며,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독일 dpa 통신도 “큰 게임에서 패할 때마다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불평하는 것은 이탈리아에서는 늘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탈리아가 월드컵에서 3번 우승했다고 하지만 한국전 패배는 8일 크로아티아에 역전패하고 2000년 유럽 챔피언 결승전에서 프랑스에, 90년 월드컵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패한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이탈리아 팬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도 분석기사에서 “당시 경기 분위기는 세계 일류의 교활함을 도전자가 정공법으로 분쇄해버린 상쾌함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탈리아 언론들이 한국전 패배를 한국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음모로까지 몰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스포츠신문 라 가제타 델로 스포트는 자성을 촉구하는 평론가의 글을 실어 관심을 끌었다.
축구평론가 칸디도 카나보씨는 기고문에서 “90분 동안 아무도 우리를 도둑질하지 않았으며 승리를 날려버린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고 지적했다.
카나보씨는 “이탈리아팀이 승리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일종의 기술적 범죄”라며 “이탈리아는 경기를 압도하는 대신 늘 그랬듯이 한 점을 먼저 넣고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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