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통 일이 손에 잡히질 않네요."회사원 최모(35·서울 강남구)시는 월드컵 경기가 없는 20일 저녁에도 공연히 거실 TV앞을 맴돌았다.이리저리 축구 재방송 채널을 찾아다니다 베란다로 나가 줄담배를 피워댔다.
최씨는 "축구중계가 없는 날은 사무실 부위기도 축 늘어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말부터 숨가쁘게 이어지던 월드컵경기 시리즈가 잠시 멈추면서 뜻밖의 ‘월드컵 금단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후만 되면 으레 TV 앞에 몰려들었던 많은 이들이 돌연 생활리듬이 깨지면서 집중력 감퇴와 불안감, 무기력, 두통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
회사원 양장식(梁長植ㆍ31ㆍ인천 동구)씨는 “낮, 저녁 경기에다 새벽 재방송까지 보는 올빼미 생활을 했는데 경기가 없던 어제(19일)도 밤새 하릴없이 채널을 돌리다 새벽녘에야 간신히 잠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영업을 하는 김민철(金敏哲ㆍ40ㆍ서울 중랑구)씨도 “경기가 없는 이틀 동안은 장사도 하기 싫고 정신도 멍해 5개월간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피우게 됐다”고 말했다.
기말고사 시즌인 대학생들의 증상도 심각하다. 허종문(許鍾文ㆍ26ㆍ고려대4)씨는 “TV 화면에 푸른 잔디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할 정도라 시험공부는 엄두도 못 내겠다”고 호소했다.
월드컵 금단 증상이 우려되는 축구휴무일은 앞으로도 23·24일과 27~29일 등 4강전과 준결승전을 앞두고 두차례 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월드컵 대회가 끝난 이후를 더 걱정하고 있다.
이상일(李相壹)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지속적인 몰두 대상이 갑자기 사라지면 흥분물질 분비가 끊겨 심신이 공허한 상태로 빠져 들게 된다”며 “운동으로 땀을 흘리거나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증상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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