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KBS해설위원은 “한국의 체력수준은 2002 월드컵 본선진출 32개국 중 최고”라고 분석한다. 16강전까지 4경기서 한국은 상대국을 체력에서 압도했고 이것이 결국 직접적인 승인이 됐다는 것이다.허 감독은 “현대축구는 압박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데 한국이 미드필드 압박에서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체력에서 이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이 지금과 같은 체력과 경기내용을 유지한다면 결승까지 못 갈 이유가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 외국취재진도 한국선수들의 체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스페인 기자들은 1994년 미국월드컵 당시 체감온도 4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한국이 후반에 2골을 따라 붙어 스페인과 2_2로 비겼던 사실을 상기하며 “이번 한국대표팀은 당시보다 체력이 훨씬 강해 보인다”고 말한다.
또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낮 경기를 한번도 하지 않았는데 22일 8강전 경기 시간이 오후 3시30분이어서 스페인이 체력적으로 절대 불리하다”고 우려한다.
외국팀들이 두려움을 가질 정도로 한국의 체력이 강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히딩크식 체력훈련프로그램의 효과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의 체력훈련은 부임초부터 9단계에 걸쳐 이루어졌다. 지난해 11월까지 그는 주로 기초체력 향상과 신체의 부위별 근력을 보강하는데(부상방지를 위해) 주력했다.
12월 훈련부터 ‘공포의 삑삑이’로 불리는 20m 왕복달리기(체력측정)를 본격 실시했다. 이는 20m를 계속 왕복하는 동안 중간의 휴식시간을 점차 줄여나가며 왕복회수를 측정하는 훈련이다.
가슴과 팔목에 심장박동 측정기를 달고 선수들의 체력변화를 과학적으로 측정한다.
1월 북중미 골드컵 때만해도 세계적 수준인 120회를 넘는 선수는 이천수 차두리 박지성 등 3, 4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3월 유럽전지훈련 때는 거의 대부분이 130회를 통과했을 정도로 체력이 강해졌다.
이 뿐 아니다. 5대5, 7대7 등 미니게임, 선수 2명이 동시에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볼을 다투는 훈련에도 체력강화 요소를 가미했다.
그의 모든 훈련에는 체력과 함께 순간 스피드, 몸싸움을 동시에 향상 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히딩크 감독은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5월 하순까지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첫 경기인 폴란드전(6월4일)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을 정도였다.
그러나 본선에서 나타난 우리 선수들의 체력회복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져 후반에는 경기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
또 몸싸움도 강해져 이탈리아의 거친 수비수들에게도 거의 밀리지 않는 수준으로 올라 섰다.
김희태 명지대감독은 “히딩크 감독은 모든 훈련에 체력강화와 몸싸움 내용을 포함시킨다”며 “한국선수들이 여유있게 경기를 하게 된 것도 상대를 체력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정호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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