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적이고 섹시한 매력이 압도적이다. 세련된 정장차림으로 90분간의 경기에 임한다는 것은 경기를 하나의 의식으로 보고 격식을 갖추는 전략가의 자세다. 스포츠맨보다는 냉철한 비즈니스맨의 이미지가 강하다.” (정연아ㆍ이미지테크연구소 소장)“흐트러짐 없이 단호한 스타일이다. 연륜에서 우러나는 멋은 물론 감색 정장에 푸른색 계통의 톤온톤(tone-on-tone) 매치를 한 넥타이와 셔츠 차림으로 세련미까지 갖췄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잘 아는 사람이다.” (박윤수ㆍ패션디자이너)
월드컵 8강 신화를 일궈낸 히딩크 감독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독재자’ 소리를 들을 만큼 강력한 지휘스타일, 여우같은 용병술, 그리고 포효하는 맹수가 되어 보는 이의 신명을 끌어내는 화려한 골 세리모니까지 이젠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거리.
그 중에서도 최근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그의 세련된 옷차림이다.
평가전을 치를 때만해도 주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지휘에 나섰던 히딩크 감독은 4일 폴란드전을 비롯, 18일 이탈리아전까지 본선 네 경기에는 모두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등장했다.
감색이나 쥐색 투버튼 싱글 정장이 기본 스타일. 거기에 옅은 은회색의 버튼다운 셔츠(셔츠 깃을 단추로 몸 판에 고정시킨 셔츠), 푸른 색에 흰색 무늬가 있는 넥타이가 곁들여졌다.
동색대비가 강한 이런 옷차림은 키 183cm, 몸무게 100kg에 육박하는 거구를 당당하면서도 날렵해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이미지컨설턴트 정연아씨는 “옷차림도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히딩크 감독은 푸른색 계통으로 이성적이고 통찰력있는 지휘관의 이미지를 심는 데 일단 성공했다”고 평했다.
또 지나치게 짧지도 길지도 않은 데다 백발이 섞여 희끗히끗한 헤어스타일은 거친 스포츠맨 대신 지적인 노블리스 계층의 이미지를 발산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히딩크는 명품족
실제로도 히딩크 감독은 명품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지는 등 중상층의 기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관계자가 해외전지훈련 당시 ‘팬티까지 아르마니 브랜드를 입더라’며 혀를 내두른 것은 유명한 일화.
평소에는 은은한 쥐색계통의 재킷에 짙은 색 청바지, 검정색 깃 없는 언더셔츠로 깔끔한 ‘아르마니 스타일’을 연출한다.
심플한 멋을 살리기 위해 목걸이나 귀걸이 등 액세서리는 일체 안 하는 대신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살짝 얹는 식으로 은근한 멋을 추구한다.
시계는 꼭 차는데 테크노그라프 기능(시간을 재는 기능)이 있는 명품 스포츠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 가 애장품.
■행운의 넥타이? 행운의 색깔!
중요한 경기에선 항상 같은 넥타이를 매고 나온다 해서 화제가 된 ‘행운의 넥타이’는 사실 와전된 것이다.
처음 행운의 넥타이 소동을 낳은 주역은 4일 폴란드전에서 착용한 파란색에 흰색 무늬가 든 넥타이. 2000년 12월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공식 계약할 때 착용했던 것과 동일한 넥타이라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14일 포르투갈전과 18일 이탈리아전에서 맨 넥타이는 역시 파란색이지만 무늬가 약간 다르다. 무늬의 크기가 동일하지 않고 크고 작은 것이 번갈아가며 프린트된 것.
행운의 징크스는 오히려 색깔에 있다. 히딩크 감독은 이긴 경기에선 모두 회색 버튼다운 셔츠를 입었고 푸른색 계통의 넥타이를 맸다.
10일 미국전에서는 회색 셔츠에 은회색과 연한 노란색 광택이 도는 넥타이를 맸고 1-1로 비겼다.
■히딩크, 좀 더 젊어지세요
머리색깔과 피부색, 옷 색깔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색’ 연출법이 능한 히딩크 감독이지만 전문가들이 볼 때는 약간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박윤수씨는 “히딩크 감독이 투버튼 재킷 대신 쓰리버튼 재킷을 입는다면 V존이 짧아지면서 훨씬 캐주얼하고 젊어 보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바지는 약간 신축성이 있는 소재에 앞 주름을 잡지 않은 노턱(no tuck) 바지를 입는 것이 배가 더 들어가 보이면서 날렵해 보인다고 추천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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