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 참패한 민주당에서 책임론이 높지만 “내 탓이오”란 소리는 듣기 어렵다.이창복(李昌馥ㆍ원주) 의원이 20일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지구당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게 민주당에서 들리는 유일한 자기책임론이다. 재야 출신의 이 의원은 “정치는 상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당의 풍경은 완전히 딴 판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ㆍ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모두 재신임을 받아 책임 논란에서 벗어났다.
주요 당직자들이 제출한 사표도 지도부에 의해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선거참패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는 것이다.
노 후보는 17일 8ㆍ8 재ㆍ보선 이후의 대선후보 재경선 카드를 제시한 뒤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지도부 면책을 주장했다.
지도부는 18일 최고위원ㆍ상임고문 연석회의를 열어 대선후보 재신임을 결정해 노 후보 주장에 화답했다.
그리고 19일 당무회의는 대선후보와 지도부 재신임을 확정했다. 당내에서 인책론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을 감안하면 너무 서둘러 덮으려 했다는 비판에 일리가 있다.
소위 쇄신파 의원들도 다르지 않다. 목소리를 높여온 그들 사이에서 ‘자기 책임론’을 듣기 어려운 점은 안타깝다.
고비마다 당내에서 타깃을 찾았던 쇄신파는 이번에는 대통령 아들 비리를 참패 요인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탈당을 촉구했다.
금년 초 ‘상향식 공천’과 ‘중앙집행위원 48명 중심의 집단지도체제’ 도입까지 주장했던 그들은 이제는 집단지도체제 등을 패배의 부차적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상향식 공천’ 유보와 노 후보 중심의 당 운영을 촉구하고 있다.
위기극복이 중요한 민주당의 현실적 사정이 있긴 하다. 그러나 정당이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히 있다. 책임을 전제로 득표를 요구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게 바로 정당이라는 생각이다.
김광덕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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