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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업씨 검찰 소환 이틀째 표정 / 측근 진술 들이대자 끝내 "돈받았다" 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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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업씨 검찰 소환 이틀째 표정 / 측근 진술 들이대자 끝내 "돈받았다" 실토

입력
2002.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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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소환조사 이틀만에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완강한 방어벽이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홍업씨는 20일 검찰조사에서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친구들로부터 청탁과 함께 직접 1~2억원씩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이는 곧바로 구속영장청구로 이어지는 자백. 19일 오후 대검청사에 모습을 드러낼때만 해도 “한푼도 대가성 있는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단언했던 것과는 완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홍업씨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에 정작 놀란 것은 검찰보다 변호인인 유제인(柳濟仁) 변호사였다.

유 변호사는 이날 오후 홍업씨를 만난뒤 기자실을 찾아 “의뢰인의 말을 믿어야하는 게 변호인이지만 홍업씨가 금품을 받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이 근거로 “김성환씨가 ‘홍업씨와 함께 업체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홍업씨가 공무원에게 전화를 해줬다’고 한 진술에 대해 홍업씨가 반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는 “홍업씨 말로는 김씨가 그렇게 얘기하는데 자신은 기억이 불분명하다며 ‘그런 것도 죄가 됩니까’라고 반문했다”고 덧붙였다.

홍업씨의 태도 변화에는 검찰의 주도면밀한 신문이 크게 작용했다. 신문 초기 홍업씨는 불리한 사안에 대해 “기억이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는 것.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진술태도가 구속을 앞둔 자기방어에 불과하다고 보고 김성환씨 등 측근들의 진술은 물론, 홍업씨가 다닌 룸살롱 마담의 진술, 전화통화내역 등을 들이대며 기억 복원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편 홍업씨가 보인 ‘선택적 기억상실’이 의도적이 아닌 실제 ‘독재정권 시절의 후유증’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유 변호사는 “그 시절을 야당총재 아들로 보냈던 홍업씨는 누구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의도적으로 기억하지 않는 습성이 생겼다”며 “심지어 1년 가까이 만난 사람의 이름도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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