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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매장서 밀려나고… 납품조건 까다로워지고…PL법 그라운드 中企 '탈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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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매장서 밀려나고… 납품조건 까다로워지고…PL법 그라운드 中企 '탈락'하나

입력
2002.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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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L(제조물책임)법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중소기업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유통업체 매장에서는 ‘찬 밥’ 신세로 전락했고, 대기업들의 까다로운 납품 조건에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더구나 상당수 중소업체는 PL법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장에서 퇴출

건강식품 제조업체 K사는 최근 한 TV홈쇼핑사로부터 “당분간 판매가 어려울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았다. “건강식품의 경우 소비자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많아 PL법이 자리잡을 때까지 지켜보자”는 얘기였다.

K사 관계자는 “주로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에 판매를 의지해 왔는데 난감하기 짝이 없다”며 “보험 가입 절차 등을 확인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주요 판매망인 TV홈쇼핑업계가 ‘제품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중기 제품은 이처럼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홈쇼핑업체들은 자칫 PL 소송에 휘말릴 경우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메이커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불가능해 재정적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

우리홈쇼핑 관계자는 “제조업체에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소송 위험은 여전히 크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 같은 제품은 아예 취급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쇼핑몰측의 입장도 이와 비슷하다. 중소기업 제품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자칫 제품에 치명적인 하자가 있을 경우 무더기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사전 예방 차원에서 PL 보험에 가입한 회사의 제품만 선별해서 취급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에 휘둘리는 중소기업

대기업에 의류를 공급하는 A사는 제품 안의 불순물을 감지하는 1,000만원 상당의 검침기 구입 여부를 놓고 고심중이다. 대기업 S사가 최근 하청계약서에 검침기 확인 조항을 추가했기 때문.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서로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지금으로서는 여러 대기업들과 협의를 거쳐 검침기 모델을 단일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자회사에 에어컨용 산소발생기를 납품하는 O사는 품질관리 기준을 맞추기 위해 최근 별도의 관리직원 3명을 채용했다.

산소발생기를 구매하는 대기업마다 품질관리, 원가관리, 납기관리 등에 관한 새로운 검사 기준을 요구해 무려 50여개의 기준이 새로 추가됐다.

소금 가공업체 B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저질의 중국산 소금을 수입해 그대로 식품에 첨가하면서 중소기업이 가공한 소금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PL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의 고충과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력사에 직접 나가 현장 지도를 강화하는 등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대기업만 책임을 질 수는 없다”며 “규격 기준을 강화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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