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예탁금과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가 최근 바닥을 탈피하는 추세를 보여 증시주변 자금흐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5개월째 순매도를 펼치고 있는 외국인도 1996년 이후 6개월 이상 순매도를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추가 매도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뚜렷한 매수 주체가 부각되지 않는 만큼 수급이 호전된다기 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고객예탁금 연중 최저치 수준
주식매수 대기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지난 17일 9조7,571억원까지 떨어졌다. 고객예탁금은 연초 이후 꾸준하게 상승, 지난 3월14일에는 12조7,349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하락세로 반전, 3개월도 안돼 3조원 가까이 빠진 것. 고가에 산 뒤 주가가 떨어져 묶인 자금이 상당수이거나 주식시장에 대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들이 고객예탁금을 빼 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객예탁금의 급락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17일 고객예탁금 수준이 이미 연중 최저치(1월2일 9조7,643억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18일 고객예탁금은 9조7,823억원으로 소폭 상승, 바닥을 찍고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 증가
투신권 매수 여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도 최악의 국면은 지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20일 투신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는 18일 현재 9조2,170억원까지 반등했다. 이는 지난달말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가 9조원을 하향 이탈, 8조원대로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한숨돌린 셈이다.
이에 대해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주형 수석연구원은 “종합주가지수가 900선 위로 치솟으며 펀드 가입 등을 꺼리던 투자자들이 지수가 다시 800선 아래로 떨어지고 저가 메리트가 부각되자 간접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관들의 매수 여력이 점점 개선되고 있어 반등장에서는 매수 주체로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증시 자금상황 악화
지난 2월 3,703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시작으로 5개월째 순매도 행진인 외국인도 매도 폭은 크게 감소했다. 지난 4월 1조3,563억원에 달했던 외국인 순매도가 이달 들어서는 19일 현재 1,654억원 수준까지 줄어든 것. 특히 증시 일각에선 96년 이후 외국인이 우리 증시에서 6개월 이상 순매도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내달에는 순매수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증시 약세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기대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삼성증권 유욱재 과장은 “미국 증시에서 국제 투자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우리 증시에서만 살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며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지만 수급의 관건은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해외 증시와 외국인 동향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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