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미국월드컵때 브라질 우승의 주역 호마리우와 베베토는 ‘황금 투톱’으로 불렸다. 상대 GK와 1대1로 맞서는 찬스에서도 쇄도하는 옆의 동료에게 패스를 해 골을 만들어 주는 장면은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둘은 그렇게 좋은 사이가 아니었지만 골을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았다.당시 브라질은 우승을 하고서도 브라질 국민에게 “공격축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별로 환영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때 브라질은 아주 훌륭했던 팀으로 기억하고 있다. 축구는 11명 모두가 절묘한 화음을 연출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브라질은 이러한 원칙에 아주 충실했기 때문이다.
2002 월드컵에서는 프랑스 아르헨티나 스웨덴 이탈리아와 같은 강팀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이러한 일이 왜 일어날까. 나는 그 원인이 바로 선수에게 있다고 본다.
트레제게(프랑스)나 로페스(아르헨티나), 안데르손(스웨덴) 등은 모두 결정적인 슛 찬스를 놓쳤을 뿐 아니라 바로 옆의 동료에게 패스를 하지 않아 득점 기회를 스스로 날려 보냈다.
한국에게 패한 이탈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에선 심판문제를 걸고 넘어지고 있지만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 외에 승부의 결정적인 변수가 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물론 이탈리아가 한국보다 경기를 잘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승부를 망친 것은 오히려 플레이메이커 토티와 스트라이커 비에리였다. 후반에 토티는 비에리에게 완벽한 무인지경의 찬스를 만들어줄 수 있었으나 자신의 욕심때문에 무산됐다.
연장전에서는 비에리와 토티의 상황이 바뀐 찬스가 나왔지만 비에리가 욕심을 부렸다. 더욱이 비에리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3,4차례의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대스타라면 적어도 한 골 정도는 추가할 수 있었다. 강팀들의 몰락은 결국 선수들의 욕심이 자초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번 브라질 팀은 94년의 브라질팀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좋은 화음을 연출하고 있다고 본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은 예측이 어렵지만 내심 브라질을 우승후보로 점찍은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 호나우두는 다른 스타들과 달리 부상 이후 오랜 휴식으로 컨디션이 절정에 달해 있다. 더군다나 그는 히바우두, 호나우디뉴와 멋진 화음을 연출하고 있다.
명승부는 이러한 팀워크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펠레라도 디디나 가린샤, 바바, 자갈로 등의 협조가 없었다면 ‘황제’로 등극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마라도나도 카니자나 바티스투타 같은 훌륭한 스트라이커가 있었기에 더욱 빛났다. 월드컵을 떠난 스타들이여, 그대들은 이렇게 말하라. (우리 팀 패배는) ‘내 탓이오.’
/허정무 KBS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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