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호나우두-히바우두냐, 잉글랜드의 오언-베컴이냐.별들의 전쟁이 운명을 가른다. 21일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리는 브라질-잉글랜드 8강전은 사실상 결승전. 이변과 파란으로 우승 후보들이 연달아 탈락하는 가운데 최강 전력이라는 두 팀이 4강 길목에서 만난 셈이다.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의 승부. 승패에 따라 두 스타 콤비의 운명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브라질 공격 편대의 핵심 호나우두(26ㆍ인터밀란)와 히바우두(30ㆍFC바르셀로나)는 이번 대회 들어 9골을 합작하며 막강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대회 직전만 해도 호나우두의 부활 가능성은 불투명했다. 호나우두가 98년 대회 직후 무릎 부상으로 2년 반이나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 그런 불안을 비웃기라도 하듯 호나우두는 “매 경기 한 골씩은 넣겠다”고 큰 소리를 쳤고, 네 경기에서 다섯 골을 기록하며 그 약속을 지켰다.
특히 오른 발, 왼 발을 사용, 어느 위치에서나 골을 떠뜨리는 무서운 파괴력은 가공할 정도다. “대회가 끝나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호나우두의 발언도 흥미롭다. 이탈리아전에서 골든골을 터뜨려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세리에A에서 쫓겨난 안정환과 달리 그가 잉글랜드을 무너뜨리고도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할 수 있을지.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의 컨디션 회복도 브라질로서는 반갑다. 벨기에전에서 환상적인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4골로 득점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측면에서의 정확한 센터링으로 호나우두의 골 찬스를 만들어주는 어시스트 능력까지 살아나 브라질의 공격력이 배가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마이클 오언(23ㆍ리버풀)- 데이비드 베컴(27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콤비는 축구종가의 자존심이다. 오언은 당초 강력한 득점왕 후보였지만, 조별 리그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덴마크전에서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첫 골을 기록하며 페이스를 되찾았다. 문전에서 폭발적인 스피드와 순발력을 자랑하며, 잉글랜드의 탄탄한 조직력에 화려한 개인기를 접목시키고 있다.
왼발등 골절로 대회 출전조차 불투명했던 베컴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결승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마음의 부담을 떨쳐버린 베컴은 팀의 주장으로서 덴마크전에서는 자기 욕심보다 동료들에게 골 찬스를 만들어주는 두 개의 어시스트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브라질전에서는 환상의 프리킥 묘기까지 선보여 대회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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