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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스라엘이 쌓는 마음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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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스라엘이 쌓는 마음의 벽

입력
2002.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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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테러를 막기위해 쌓기 시작한 360km의 전자 장벽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 중 하나임을 자부하는 유대인의 상식을 의심케 한다.있는 벽도 허물어 화합의 한마당으로 가자는 게 냉전체제 붕괴 후 세계적 추세인데, 이스라엘은 이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의 허리를 가로 지르는 155마일(248km)의 철조망을 가지고 있는 우리 여서 이스라엘의 일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장벽은 폭이 40m로 양쪽에 높이 1.8m의 철조망이 세워지고, 한쪽 편에는 전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다.

중간에는 높이 3m가 넘는 전기충격 울타리도 있다. 최신 전자기술이 동원된 첨단 장벽이다. 이스라엘군은 장벽 가운데에 도로를 만들어 순찰을 돌며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침투를 감시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거점들을 완전 격리 하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장벽 설치가 자위권에 입각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제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냉전의 상징이었던 길이 46km의 베를린 장벽은 1989년 11월 무너졌다. 베를린 장벽보다 8배나 긴 장벽이 13년 만에 다시 생긴다니, 이스라엘은 거꾸로 가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올라 타 있는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스라엘 국민의 80%가 장벽 설치를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생존에 직결된 안보문제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이스라엘의 처지를 감안한다 해도,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조그만 헤아려도 이러지는 않았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스라엘은 장벽 설치로 팔레스타인의 테러를 방지하는 데 성공, 안보상의 목적은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보다 큰 것을 잃을 게 틀림없다.

팔레스타인의 생존권을 인정해주지 않으려는 독선, 힘의 논리와 무력의 우위만으로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오만함, 선민(選民)의식에 사로잡힌 시오니즘 인종주의 등의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장벽이 자포자기에 빠진 팔레스타인의 강경세력을 자극,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유대인들은 불과 반세기전 독일의 히틀러에게 당했던 처절한 참극을 되새겨 봐야 한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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