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을 가로지르던 물수리. 잠시 멈추는 듯 하더니 뚝 수면으로 떨어진다.그리고 다시 하늘로 오르는 물수리는 오른 발에 물고기를 움켜쥐고 있다. 먹고 먹히는, 냉혹한 먹이사슬이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담겼다.
EBS TV가 22일 오후 7시에 방영하는 자연다큐 ‘사냥꾼의 세계’는 국내방송계에서 처음으로 ‘카메듀서’라는 타이틀을 단 이의호(45)씨가 촬영하고 연출했다.
카메듀서는 카메라맨과 프로듀서의 합성어.
미술팀으로 1985년 EBS에 입사했으나 92년부터 자연다큐 카메라맨으로 변신했고 99년부터는 촬영과 연출을 겸하고 있다.
카메듀서로서 첫 작품인 ‘생명의 터, 논’으로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환경관련전문영상제인 ‘어스 비전(Earth Vision)’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연출력도 인정받고 있다.
이씨는 “모든 생물이 풀만 먹고 산다면 이 지구가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면서 먹이사슬을 영상에 담기로 기획했다”고 말한다.
꿀을 따러온 나비를 사마귀가 잡아먹고, 벌이 그 사마귀를 공격하고,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다람쥐가 결국에는 사마귀를 차지한다.
개구리는 잠자리를 사냥하지만, 그 개구리가 올챙이 적에는 잠자리 유충에 잡아먹힌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먹이사슬의 현실이다.
물총새가 물속에 부리를 넣어 물고기를 잡아채는 순간이 불과 0.006초. 카메듀서의 카메라 놀림에는 그 긴박한 순간의 속도감과 긴장감이 살아있다.
이씨는 “먹이사냥이 보통 1초를 넘기지 않는다. 빠르고 강하지 않으면 자연에서 살아남기 힘든 것을 속도감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아메바 등 미생물의 세계, 그리고 물총새가 물속에서 사냥할 때 물방울이 튀기는 것까지도 생생하게 영상화했다.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위나 추위, 피부염과 싸우면서 지내는 불편한 생활쯤은 이제는 특별하지도 않다.
이씨는 “두꺼비를 촬영했던 장소가 다음에 가보면 카페로 변해있는 등 인간에 의해 자연이 파괴되는 것 때문에 촬영이 힘들었다”며 “먹고 먹히는 관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도 조물주의 섭리이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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