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그렇다. 그렇게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사실 나는 지난번 칼럼에서 스페인은 한국이 상대하기 쉬운 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이 이탈리아를 이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있었다.실제로 전반전만 놓고 볼 때 한국이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이탈리아의 공수전환은 빨랐다. 우리 미드필더들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을 정도로 압박이 강해 한국공격은 효율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골을 넣은 뒤 이탈리아는 플레이메이커 토티, 투톱 델 피에로와 비에리를 제외하곤 모두가 수비위주로 나서는 바람에 게임을 쉽게 풀어갔다. 아마 이탈리아는 빗장수비를 너무 과신했던 것 같다.
우리팀의 골장면은 바로 대각선 오픈 패스에 의한 공격패턴에서 나왔다. 이것은 대회 전 한국일보에 연재한 ‘히딩크 훈련노트’에서 지적한 대로 한국 팀이 훈련에서 자주 사용한 방법이다. 상대수비가 밀집했을 때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공격전술이다.
송종국이 오른쪽에서 왼쪽 전방의 설기현에게 패스한다. 설기현은 오버래핑하는 왼쪽 풀백 이영표에게 연결하고 이영표가 센터링, 스트라이커(안정환)가 결정하는 전형적인 공격패턴이다. 경기를 하다 보면 흔히 연습할 때 상황이 재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팀의 결승골 장면이 바로 그랬다.
이탈리아는 상대하기 다소 어려웠지만 스페인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스페인은 한국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 짧은 패스를 위주로 하는 것, 또 3~4명이 공을 가진 공격자를 에워싸는 협력수비의 모양도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은 체력과 압박의 강도에서 스페인보다 강하다. 또 스페인은 후반에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약점이 있다.
문제는 그림에서처럼 우리 선수들은 항상 3명이 삼각형 대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수비-미드필드-포워드의 3선이 간격을 최대한 좁히고 협력수비를 강화할 때 가능하다.
특히 포르투갈전에서 보여주었듯이 라울(7번)과 모리엔테스(9번)에게 공이 안 가도록 압박이 이루어진다면 승산은 아주 높다.
최선을 다하고서도 패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져도 여한이 없는 경기를 했다. 승패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한국축구는 이제 자랑스럽지 않은가. 그 사실만으로도 난 이미 행복하다.
명지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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