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전문지 ‘출판저널’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1987년부터 격주간으로 발행되고 있는 이 잡지는 수준높고 공정한 서평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출판저널’이 이같은 평가를 받게 된 데는 발행처인 한국출판금고가 비영리 재단법인이어서 외부 영향을 배제하고 편집권의 독립을 지켜온 덕분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출판금고는 해마다 3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이 잡지를 유지하기 어려워 이익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로 넘기기로 했다. 여기서 두가지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출판저널이 그동안 쌓아온 품위와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출협이 새로 떠맡아 수익을 내자면 출판저널이 가졌던 편집권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출판계는 출판저널이 ‘신간 목록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는 출판사도 책임이 있다. 출협으로 이관되는 것을 비판한 한국출판인회의는 이 전문지가 인문사회과학도서를 주로 소개해온터라 수혜자 입장이었지만 그간 지원에는 인색했다. 이 모임의 한 유력 회원사는 출판저널에 단골로 책이 소개됐지만 연간 한 두차례의 광고를 실었을 뿐이다.
또 하나 문제는 지금의 발행처인 출판금고가 돈이 없어서 ‘출판저널’을 발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출판금고는 240억원의 기금을 운용해 얻는 수입이 올해 12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작년에는 16억원이나 됐다. 비영리 재단법인이 출판저널 발행만을 수익사업으로 규정해 적자를 부각시키고 다른 사업들은 공익사업으로 분류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출판계가 출판저널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출판계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출판금고가 일정 지원을 하는 것을 전제로 출판인회의와 대한출판문화협회 셋이서 공동으로 발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독자들도 출판계의 그같은 노력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정진욱 출판인ㆍ모닝365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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