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석진의 I LOVE WORLD CUP] 한국축구가 자랑스럽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석진의 I LOVE WORLD CUP] 한국축구가 자랑스럽다

입력
2002.06.20 00:00
0 0

이게 꿈은 아니겠지? 우리나라가 이탈리아를 꺾고 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 그것도 연장전까지 가는 피 말리는 접전 끝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 순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내가 태어나 축구를 사랑하며 살아 온 세월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나는 일찌감치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와서 마음을 가다듬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이탈리아를 만난 것은 오히려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탈리아 같은 최절정 고수를 확실하게 꺾고 8강에 진출한다면 그보다 더 신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나라가 이탈리아와 함께 멋있고 수준 높은 경기를 벌일 것이 너무나 기대가 됐다.

경기가 시작된지 5분만에 페널티킥을 얻었다. 황금 같은 기회였는데 그만 골키퍼 부폰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18분 비에리에게 헤딩 선취골을 내줬다.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이탈리아는 과연 강했다. 우리 선수들은 이탈리아의 강력한 압박과 뛰어난 기량에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그래도 박력 있게 정면으로 맞섰다. 관중석의 "대~~한민국!!" 함성도 가라앉지 않았다.

후반 들어 경기가 더욱 뜨겁게 달라오르고 양 팀이 격렬하게 부딪치는 멋진 경기가 됐다. 이탈리아는 토티와 비에리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좋은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우리도 파도처럼 맹공을 퍼부었지만 견고한 이탈리아 수비를 뚫지 못했다. 안타까운 시간이 자꾸만 흘러갔다. 우리 선수들이 세계의 벽에 부딪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였다. 설기현의 동점골이 터진 것이. 후반 42분 황선홍의 침투패스가 수비 맞고 흐르자 설기현이 이를 잡아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동점을 만든 것이다.

그 뒤 30분 동안은 2002 한일월드컵 최고의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계속됐다. 비에리와 황선홍, 그리고 차두리의 오버헤드킥까지 우리나라와 이탈리아는 결정적인 기회를 서로 주고받으며 멋진 승부를 펼쳤다.

화려한 피날레가 찾아 왔다. 이영표의 크로스를 받아 안정환이 멋진 헤딩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우리 나라 축구 역사상 이보다 더 극적인 골이 있을 수 있을까? 정말 월드컵의 진수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순간이었다.

나는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가 이렇게 멋진 경기를 펼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그러나 다 같이 기억하자.

이탈리아 역시 좋은 경기를 펼쳤으며 승리와 패배의 차이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였다는 것을. 우리 선수들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여 이길 때는 품위 있고 질 때는 당당한 진정한 승부사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길 기대한다.

강석진 고등과학원 수학부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