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이 최선의 방어다.’월드컵 8강 신화를 창출한 한국과 이탈리아의 혈투는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경구를 축구에서 그대로 보여준 한판이었다. 1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수비 중심의 작전을 편 이탈리아는 결국 무릎을 꿇은 반면 패배를 각오하고 총 공세에 나선 한국은 마지막에 웃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이처럼 선취골을 넣고 굳히기에 나서거나 비기기 작전을 벌이다 아예 ‘지옥’으로 추락하거나 ‘용궁’을 갔다온 팀들이 많아 큰 승부에서는 수비위주의 ‘지키기 축구’가 설 땅이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18일 한국과의 16강전에서 이탈리아는 1_0의 리드가 이어지던 후반 17분과 27분 스트라이커 델 피에로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젠나로 가투소와 디리비오를 투입, 말디니와 율리아노를 주축으로 한 ‘빗장수비’의 자물쇠를 더욱 탄탄히 걸어 잠궜다.
반면 한국은 후반들어 수비수 대신 황선홍 이천수 차두리 등 공격수를 총동원,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 결국 한국은 설기현의 천금같은 동점골과 안정환의 헤딩 골든골로 기사회생, 굳히기 축구를 하다 역전패한 이탈리아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16일 스페인-아일랜드의 16강전에서도 스페인은 선취골을 넣고 굳히기에 들어갔다가 자칫 8강 탈락의 위기까지 몰렸으나 승부차기로 되살아났다.
스페인은 1_0으로 리드한 상황이 지속되자 후반 중반께 공격 투톱인 라울과 모리엔테스를 모두 빼고 미드필더진을 뒷선으로 포진시키는 등 수비위주의 진용을 구축, 지키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후반 종료직전 아일랜드의 파상 공세에 지친 핵심 수비수 이에로가 문전에서 반칙을 범해 아일랜드 로비 킨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어 연장전에서는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저하돼 여러차례 실점 위기를 넘겼으며 승부차기에서 상대의 실축으로 겨우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이밖에 독일은 조별 리그 2차전에서 아일랜드를 상대로 굳히기 축구를 하다 경기 막판 동점골을 허용해 단단히 혼쭐이 났다.
포르투갈 역시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폴란드가 미국을 이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과 비기기만 해도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후반 수비위주의 전술을 구사하다 박지성에게 실점, 귀국 보따리를 꾸려야 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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