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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인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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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인의 리듬

입력
200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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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미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축구 강국들이 한국축구 앞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FIFA 랭킹 40위에 불과한 한국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던 5위와 6위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를 꺾는 이변을 만들었다.

강력한 체력을 가진 우리 선수들이 한수 위의 기량을 가진 이들을 밀어부친 탓도 있었겠지만, 유독 우리와의 경기에서 이들은 ‘나사 빠진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 18일 밤의 이탈리아전을 TV로 시청하다 이런 느낌을 말했더니 아주 색다른 풀이를 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지금은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사업가이지만 젊은 시절 재즈에 미쳐 미국에 건너가 보스턴의 버클리 대학에서 타악기를 공부했던 사람이다.

“서양인에게는 전혀 생소한 한국의 리듬 때문에 외국선수의 다리가 풀렸다”고 말한 그 친구는 ‘붉은 악마’ 응원단의 맨 앞줄에 자리한 사물놀이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제법 축구의 전문가가 된 양, 이 친구는 말을 이어갔다.

“서양음악의 2박자, 4박자에 기초한 응원 리듬과 우리 가락에 바탕을 둔 붉은 악마의 응원은 전혀 다르다”며 “공을 몰고 뛰어갈 때 이상한 리듬이 울려 퍼지면 선수의 운동 리듬 또한 깨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운동이 다 그렇겠지만 축구에는 ‘삼바 축구’라는 말이 있듯이 리듬이 절대절명”이라며 “그라운드를 뒤덮는 한국인의 리듬은 우리 선수에게는 힘을 주고 외국 선수에게는 독이 된다”고 풀이했다.

■ 우리 응원을 상징하는 ‘대~한민국, 짝짝 짝 짝짝’도 싱코페이션(syncopation)을 사용한 엇박자 리듬이다. 같은 동양권에 속하는 이웃 일본인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리 특유의 리듬이다.

아프리카의 리듬도 오래 전에 서양의 대중음악에 흡수되어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데 비해 우리 음악은 거의 서양에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의 단서를 단 얘기였지만 기분만은 한없이 좋았다. 22일의 스페인전에서는 더욱 더 목청을 높여보자.

신재민 논설위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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