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소녀백서(Ghost World)’를 관람하기 위한 적성 테스트.1.잘 생기고 잘 나가는 놈은 일단 싫다. 자신만만한 눈빛? 역겨워!
2.남들은 못보는 누군가의 이상한 버릇, 취향을 일일이 기억한다. (물론 흉내내며 비웃는 것은 기본)
3.세상에 잘난 줄 아는 사람들을 단 5초 내에 세상에서 가장 창피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4.‘좋다’ ‘기쁘다’ 보다는 ‘싫다’ ‘짜증난다’ 식의 말을 많이 한다. (0~1개 다른 영화 보세요. 2~3개 남보다 즐겁게 볼 수 있다, 환영. 4개 어 몰래 카메라야?)
‘판타스틱 소녀 백서’는 고교를 막 졸업한 불만 투성이 두 소녀의 깜찍한 세상 경험이다.
이니드(도라 버치)는 예쁜 척하는 친구 면박주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친구 골탕 먹이기가 취미. 고교를 졸업했지만 대학에 갈 생각은 없고, 단짝 레베카(스칼렛 조핸슨)와 독립을 할 생각이지만, 세상에 쉬운 게 없다.
패스트푸드점에 겨우 취직 했지만 “이거 버터 아니라 향만 나는 기름이에요” 따위로 말하다 30분만에 해고되고 만다. 솔직한 건 죄!
이니드가 처음부터 중년남자 시모어(스티브 부세미)를 좋아한 것은 아니다. 공항에서 마주쳤던 한 여자를 찾는다는 신문광고를 낸 시모어에게 두 사람은 장난으로 메시지를 남기고, 심지어 그를 미행까지 한다.
한 때 패스트푸드 회사에서 일했던 시모어의 취미는 78회전 레코드 모으기. 여자와 데이트를 언제 했는지 기억에도 없고, 허리에는 보조대를 차고 있다.
그러나 이니드의 눈에 시모어는 매력 덩어리다. 왕방울 눈에 뻐드렁니, 늘 자신없는 성격이지만 잡동사니를 모으는 데는 선수.
신문을 통해 찾던 여자를 만난 시모어의 연애가 점점 무르익을수록 이니드는 초조해지고, 마침내 시모어를 찾아간 이니드는 동침까지!
작은 것, 별볼일 없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이 영화의 매력이다. 남과 다름을 즐기는 이니드의 성격처럼 영화에는 이상한 것의 매력이 집중적으로 부각된다.
근육단련에만 매달리는 멍청한 백인 남자, 장난에 불과한 작품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미술 선생, 애인이 생긴 여자 친구에 대한 섭섭함, 음악을 좋아하는 남자와 그런 남자에 맞추기 위해 아무거나 좋아하는 척 하는 여자,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할아버지.
사소한 것에 대한 이런 집착에 가까운 분석은 예산이 큰 영화에서는 감히 기대하기 어려운 매력이다. 최근 선보인 영화 중 사소한 것의 매력을 가장 돋보이게 표현한 작품이다.
2001년 발간된 동명의 만화를 원작자인 대니얼 클라우즈가 각색,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테리 지고프가 연출했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보기만 해도 우울이 전염될 듯한 딸 역을 연기했던 도라 버치의 연기 변신 또한 매력적이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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