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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WWW.세상읽기] (165)우리는 여기까지 와 있다

입력
200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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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한국의 대 이탈리아 경기 승리소식을 전하지 않은 해외 유수언론은 없다.우리나라를 남한, 한국, 혹은 대한민국으로 부르며 다룬 기사들 제목은 이례적이다. ‘한국이 황금 골로 이탈리아를 내쫓았다’거나 ‘남한이 이탈리아에 2대 1로 놀랍게 역전승 했다’는 식이다.

몇 년 사이 한국뉴스가 세계언론에 오르내린 일이 적지 않지만 한국뉴스는 월드컵 때문에 최고로 자주 다루어지고 있다.

유수 언론의 인터넷사이트를 보면 경기까지 잘 하고 있는 한국은 이번 기회에 홍보만큼은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계언론의 인터넷사이트에는 사진, 동영상도 풍부하다. 비교적 객관적 언론인 BBC방송(http://news.bbc.co.uk)은 한국의 대 이탈리아 승리는 ‘한국의 황금의 순간’이라는 기사로, 한국관중이 기뻐하는 모습은 ‘행복한 서울’이라는 비디오로 보여준다.

그러나 세계언론 사이트에는 편견 가득한 설명, 표현도 적지 않다. 경기장의 빈 좌석 문제는 개최국들의 미숙 때문이라고 규정한 미 주간지 뉴스위크의 17일자는 논의의 대상도 아니다.

웹전용 월드컵기사를 매일 싣는 미 주간지 타임 사이트(http://www.time.com/time/sampler)는 이탈리아는 수비중심에, 몇 선수의 스타 플레이에만 기댄 따분한 경기로 일관했으니 한국 승리는 당연하다면서도 “한국은 경제거인 일본과 떠오르는 강대국 중국과의 사이에 낀 나라로 열등감으로 어깨를 움츠려왔으나 그 일본과 껄끄러운 우방 미국에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했다”고도 쓰고 있다.

그들 외국 언론이 조금 용서되는 까닭은 건질 만한 설명과 사이트가 있기 때문이다.

8강(强)진출 국가 면면을 보면 월드컵 귀족으로 불려온 유럽 국가들과 다른 지역 국가들간의 갭은 없어진 것이다, 한국은 월드컵에 관한 한 이제 성숙한 국가다 라고 짚어낸 기사가 있다.

BBC가 “남한은 이 믿기 어려운 행진을 계속할까”라는 제목으로 독자투고를 모은 온라인게시판에는 월드컵은 과거 명성이 아니라 노력과 능력으로 얻는 것이며 영원한 약자는 없는 법인데 그 점을 보여준 한국을 응원하겠다는 여러 나라 독자들 글이 있다.

사실, 한국을 축구에 관한 한 성숙한 국가라고 하는 것조차 옳지는 않다. 우리는 일본을 기꺼이 응원하고 아프리카국가 편을 들기도 하는 의식수준을 이번에 보였다.

제헌국회에서 정한 이후 문자로만 써왔던 ‘대한민국’을 구호로 외치며 근엄의 상징이었던 태극기를 셔츠, 모자, 뺨 위에 친근하게 붙이며 나라사랑도 확인 중이다. 우리는 여기까지 와 있는 것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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