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34ㆍ가시와)과 홍명보(33ㆍ포항)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스페인전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1994년 미국월드컵 첫 경기에서 만난 상대를 8년만에, 그것도 8강전에서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이들의 얼굴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스페인 선수들도 기분이 묘하기는 마찬가지. 스페인의 중앙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페르난도 이에로(34ㆍ레알 마드리드)와 나달(36ㆍ레알 마요르카), 공격형 미드필더 루이스 엔리케(32ㆍ바르셀로나)는 8년전 미국 댈러스 코튼볼에서 2_2 무승부로 끝난 한국과의 아쉬웠던 일전을 생생히 떠올리고 있다.
재대결을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선수는 홍명보다. 리베로로 활약했던 그가 자신의 존재를 세계무대에 알린 경기가 바로 스페인전이었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서도 스페인(한국이 1-3으로 패배)과 맞붙었던 경험이 있는 홍명보는 미국대회 당시 경기 종료 5분전 추가골을 뽑아낸데 이어 후반45분 서정원의 동점골까지 어시스트, 기적을 일궈낸 주인공이다.
홍명보와 수비대결을 펼칠 이에로는 스페인의 정신적 지주다. 수비수임에도 팀내 최다인 88차례의 A매치서 라울보다 많은 29골을 기록하고 있을 만큼 프리킥 능력이 뛰어나다.
노장 수비수 나달은 홍명보와의 맞대결을 벼르고 있다. 8년 전 그는 전반 25분 홍명보의 날카로운 전진패스를 이어받은 고정운에게 반칙을 범해 퇴장을 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187㎝ 81㎏의 건장한 체구인 그는 세월의 흐름에도 아랑곳 없이 스페인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끌기 위한 핵심선수로 평가받는다.
황선홍과 루이스 엔리케의 대결은 승부를 가를 실질적인 변수다. 이탈리아전서 A매치 100경기를 돌파한 그는 “스페인은 강하지만 아주 친숙한 팀”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페인 공격의 시발점인 엔리케 역시 한국과의 8강전을 미국월드컵서의 아쉬움을 씻어낼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A매치 61경기서 12골을 잡은 주전 공격수 라울 곤살레스가 부상이라 그에게 주어질 임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과 스페인의 운명을 쉽게 점칠 수 없는 까닭은 30대를 넘어선 노장 5명의 인연 때문이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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