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으로는 울면서 뛰었습니다.” 이탈리아전 골든골의 주역 안정환(26ㆍ페루자)은 연장 후반 12분까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다.안정환은 16강전이 열린 다음날인 19일 지옥과 천당을 오간 전날 심정에 대해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안정환은 경기 직후 “도저히 인터뷰를 할 힘이 남아 있지 않다” 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의 인터뷰를 사양한 채 버스에 올랐다.
전반 4분께 얻은 페널티킥을 실축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는 그가 죄책감을 털어낸 시간은 그로부터 약 2시간 뒤. “틈틈이 체력을 비축하면서 기회를 엿봤다”는 안정환은 결승골의 순간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국민의 성원과 감독, 선수의 노력이 합쳐졌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공로”라고 말했다.
안정환은 “앞으로 이렇게 힘든 경기를 다시 하게 될지 모르겠다”며 “이탈리아전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멋진 경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세리에 A 소속인 안정환은 자신의 골로 짐을 싸게 된 이탈리아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안정환은 “이번 월드컵에서 잘 할 수 있었던 힘은 2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어렵게 생활한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안정환은 논란이 되고 있는 판정에 대해서는 “홈 이점이 별로 없었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심판이 공정하게 본 것 같다. 만약 우리가 패했으면 우리도 심판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다. 비디오로 봤는데 첫 PK는 정확한 판정이었다”고 밝혔다.
안정환은 스페인전에 대해서 “히딩크 감독이 스페인에 대해 정통한 사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승패를 떠나 멋있는 경기가 될 것이고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이 우승후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대해서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다”고 밝혔다.
18일 열린 이탈리아전은 결승골을 넣었다는 사실 말고도 안정환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안정환은 전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는 반쪽 선수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탈리아전에서 연장전까지 117분을 소화한 끝에 결승골을 넣어 이 같은 우려를 떨쳐냈다. 그는 포르투갈전에 이어 이탈리아전에도 선발출장해 주전 스트라이커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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